서울 광화문의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11월 12일부터 30일까지 의미 있는 전시회가 열렸다. <핵몽(核夢) 3 : 위장된 초록>전으로, 이 전시회에는 박건 박미화 방정아 이소담 이동문 정정엽 정철교 홍성담 토다밴드 등 9명(팀)이 참여했다. 전시회 제목의 ‘위장된 초록’은 청정에너지라는 기만적인 가면을 쓰고 있는 핵에너지의 성격을 말하는 것이고, ‘핵의 꿈’ 전시가 벌써 세 번째라는 것도 알 수 있다.
△ 핵몽3 전시장 ⓒ김현우
전시를 기획하고 준비한 ‘핵몽 작가모임’은 탈핵과 환경을 생각하는 예술가들이 2016년 5월 동해안 핵발전소 지역을 함께 다녀온 후 의기투합하여 시작하게 된 모임이다. 이들은 그해 11월 부산 카톨릭센터 대청갤러리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고, 12월에는 울산 G&갤러리에서도 사람들을 만났다.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고 싶다 – 핵몽 2> 전시회는 2018년 3월과 4월에 부산 민주공원 기획전시실에서, 그리고 4월과 5월에 광주 은암미술관에서 열렸다. 핵몽2에는 한국과 일본의 예술가 9명이 참여했고 작품과 공연 등을 선보였다.
서울에서 제대로 전시회를 여는 것은 이번 <핵몽 3>이 처음이다. 평면작품, 사진, 영상, 설치미술 등 60여 점이 출품되었고, 서울문화재단 등의 지원 덕분에 작품과 함께 그동안의 활동을 담은 드로잉, 스케치와 관련 기록물들도 볼 수 있었다.
핵몽 작가모임이 발품을 팔고 가슴으로 그려낸 작품들은 생생한 느낌이 가득하다. 민중미술의 대표작가라 할 홍성담은 핵에너지를 그의 오랜 모티브인 도깨비불과 겹쳐서 그려내고 있다.
2010년에 울산 울주군 서생면으로 이주한 정철교 작가는 후쿠시마 사고 소식 속에서 신고리 핵발전소의 건설로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마을의 모습을 담아냈다. 붉은 선으로 가득 찬 그의 작품들은 핵에너지와 사람의 혈관이 갖는 이미지를 강렬하게 표현한다. 방정아 작가의 ‘지도에 없는’은 핵발전소 위치는 감추어지면서 핵발전소 홍보관만 표시되는 내비게이션의 기묘한 현실을 보여준다.
<핵몽 3>이 서울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핵몽 작가모임은 앞으로도 핵에너지와 주민들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길 바란다고 하니, 또 다른 기회들을 기대해보자.
김현우 편집위원
탈핵신문 12월(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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