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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인사말

탈핵 이후의 세상을 그려보며 희망과 용기를

탈핵신문 재창간사 



△ 조현철 탈핵신문미디어협동조합 대표



탈핵에 대한 반동의 움직임이 거셉니다. 문재인 정부가 탈핵을 선언한지 2년도 더 지났지만, 고리1호기 영구정지,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최근의 삼척 신규핵발전소예정구역 지정고시 철회 외에는 큰 변화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돌이켜보니, 오히려 탈핵에 역행하는 일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탈핵 선언 원년에 신고리 5·6호기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건설을 재개했습니다. 탈핵을 선언한 정부가 핵발전소 수출을 지원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여 왔습니다.


지난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몇 가지 중대한 쟁점사안이 남아 있던 신고리 4호기 운영을 추후 보완을 조건으로 서둘러 허가해 주었습니다. 같은 달, 서울행정법원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가 위법하다면서도 ‘공공복리’를 이유로 허가는 취소할 수 없다는 이상한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5월 말,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출범시켰으나, 해법 없는 핵폐기물 문제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해결할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핵발전소 사고와 고장도 여전합니다. 얼마 전, 한빛1호기의 제어봉 조작 실수로 인한 원자로출력 급증, 계획정비 중이던 한빛3호기의 압력누설이라는 심각한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은 괜찮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합니다. 변한 것이 없습니다. 아니, 변한 것이 있긴 합니다. 정부의 탈핵 선언에 위기감을 느낀 찬핵 진영은 ‘원자력 살리기 국민연대’와 ‘원자력정책연대’와 같은 찬핵단체를 설립하며 세력을 집결, 확대하고 있습니다. ‘원전 생태계’가 죽어간다며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요구하며 수십만 명의 서명을 받아 세를 과시했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2012년에 설립된 탈핵신문은 그동안 우리나라 탈핵운동의 흐름과 탈핵·에너지 정보를 전달하며 탈핵진영의 소통을 위해 애써왔습니다. 공론화 이후 탈핵 진영이 처한 어려움과 최근 찬핵 진영의 공세는 탈핵신문이 기존의 역할을 더욱 강화, 확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언론과 정당은 ‘가짜 뉴스’를 퍼뜨리면서까지 연신 ‘탈원전 반대’의 불씨를 지피고 있는 실정입니다. 탈핵신문의 운영을 협동조합 형태로 바꾼 것도 이런 긴박한 현실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의 일환일 것입니다. 지난 3월 23일 창립총회를 통해 창립된 ‘탈핵신문미디어협동조합’은 최근 법적인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 이번 7월에 재창간호를 발행하며 탈핵신문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탈핵신문미디어협동조합은 탈핵신문을 한국탈핵운동의 공동 자산으로 생각하며 운영할 것입니다.


물질·소비주의에 대한 진솔한 반성 수반

핵발전소와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

에너지 독점 막고 자본주의 생태계 변화시켜야


찬핵 진영은 풍요와 편리, 경제성을 내세우며 핵발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핵발전 사고는 현재의 기술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단언합니다. 핵폐기물 처리도 어렵지 않다고 강변합니다. 핵발전을 해야만 잘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주장에 솔깃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탈핵운동이 오늘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생활양식인 물질주의와 소비주의에 대한 진솔한 반성을 수반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우리가 누리는 풍요와 편리를 위해서 어느 누군가가 희생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핵발전소와 송전탑 부지 마련, 발전소 내의 노동에도 부당한 희생과 차별이 따릅니다. 핵발전은 비윤리적이고 반생태적인 전기 생산방식입니다. 탈핵운동이 자연을 포함하는 타자를 존중하고 타자와 공존하는 삶으로 이어져야 하는 연유입니다. 경쟁과 승자독식이 아니라 상호 협동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협동조합운동이 내다보는 삶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고도로 위험한 핵발전소에서 폐쇄, 비밀주의, 중앙통제는 당연한 귀결입니다. 핵발전소 운영의 개방성과 투명성, 민주적 참여와 감시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핵발전소와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습니다. 탈핵운동이 평등과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민주사회를 지향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에너지 독점을 막고 해와 바람과 공존하는 삶, 소비를 줄이는 소박한 삶, 그리하여 자본주의의 생태계를 변화시키자는 탈핵운동, 조합원 모두가 평등한 권리를 갖고 참여하는 협동조합운동이 지향하는 사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탈핵운동과 궤를 같이 하는 탈핵신문미디어협동조합 운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뜻을 같이 하는 조합원들이 늘어나야 합니다. 앞으로 보다 많은 분들이 ‘탈핵신문미디어협동조합’에 참여하여 탈핵운동이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전망을 함께 모색하고 나누어주시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함께 협동조합 형태로 탈핵신문을 운영하면서 탈핵운동의 가치와 삶을 조금이나마 미리 앞당겨 체험했으면 합니다. 함께 탈핵이 지향하는 세상, 지금과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미리 맛보았으면 합니다. 우리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탈핵 이후의 세상을 그려보며 앞으로 계속 나갈 수 있는 희망과 용기와 힘을 얻을 것입니다.


오래되고 복잡한 문제인 고준위핵폐기물이 현안으로 떠오른 어려운 이 때, 탈핵신문은 더욱 충실히 자신의 사명과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9년 7월 8일

발행인 조현철(신부) 탈핵신문미디어협동조합 대표이사



탈핵신문 2019년 7월호(6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