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부터 80세까지 소송 참여
국가가 지키지 않는 생명과 안전
절박한 심정으로 소송 제기
고리(신고리) 단지에 들어선 여덟 번째 핵발전소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 취소 소송이 시작된다. 울산과 부산 등 전국 732명의 공동소송단은 5월 1일 서울행정법원에 소장(2019구합63881)을 접수했다.
신고리 핵발전소 4호기 운영허가 취소 공동소송단과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4월 30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소송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상범
신고리 4호기 공동소송단 가운데는 신고리 4호기 반경 2k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이 포함돼 있으며, 최연소 소송자는 2019년 3월생(울산), 최연장자는 1939년생(울산)이다. 지역으로는 강원, 경기, 경상남북도, 광주, 대구, 대전, 부산, 서울, 세종, 울산, 인천, 전남, 전북, 제주, 충남, 충북에서 소송인이 참여했다. 한 살부터 80세까지, 전국이 참여하는 소송인 셈이다. 지역별로는 울산 참여율이 가장 높고, 다음은 부산, 경남 순이다.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 취소 소송은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하 탈핵울산행동)이 먼저 나서면서 시작됐다. 탈핵울산행동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월 1일 신고리 4호기 운영을 허가한 이래 시험가동을 막으려고 3월까지 다방면으로 노력했으나 이를 중단시키지 못하자 4월 초 소송을 검토했다. 이어 소송대리인을 정하면서 4월 23일부터 소송단을 전국적으로 모집해 일주일 만에 732명이 참여했다.
신고리 핵발전소 4호기 운영허가 취소 공동소송단과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4월 30일 소장 접수에 앞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탈핵부산시민연대 박철 공동대표와 소송대리인인 박경찬 변호사 등도 참석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국가가 챙기지 않는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스스로 지키고자 소송을 제기한다”고 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생명과 안전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핵발전 관련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은 사회적으로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핵발전소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절박하다며, “재난에 대한 대책도 없이 인구밀집지역에 이처럼 많은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2월 1일 9명 위원 중 4명이 공석인 가운데 4명이 참석해 신고리 4호기 운영을 허가했다. 원안위는 신고리 4호기 가압기 안전방출밸브 누설이 확인됨에도 2022년까지 누설률을 줄이라며 조건부 허가했다.
소송단은 소송참여자의 소송비와 후원자의 후원금으로 소송비를 마련한다.
한편, 신고리 4호기 소송에 앞서 현재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취소 공동소송이 진행 중이며, 월성핵발전소 1호기 수명연장 허가 취소 및 효력정지신청 소송도 진행 중이다.
∥신고리 4호기 소송 쟁점
중대사고 반영 안한 운영허가
복합재난에 대한 대응책 미비
지진안전성 확인 흠결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 취소 소송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 4호기 가동을 승인한 것이 위법한지 아닌지를 따지는 행정소송으로, 소송 대리인은 박경찬, 예현주, 하성협 변호사가 맡았다.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 취소 소송대리인(오른쪽 박경찬, 왼쪽 하성협 변호사)이 4월 30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 직후 공동소송단 소송 위임장을 전달받고 있다. ⓒ용석록
신고리 5·6호기 소송 1심 판결에서 법원은 원고의 자격을 핵발전소 반경 80km 이내 거주자로 제한했다. 하지만 신고리 4호기 원고들은 당사자의 지위를 “신고리 4호기로 인하여 생명·건강·재산상 피해를 받는 사람들”이라고 적시하고, 전국에서 소송단이 참여했다.
소송단과 소송대리인이 제기한 주요 쟁점은 사업자가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할 때 중대사고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외에 중대사고를 포함한 사고관리계획서가 제출되지 않았음에도 운영을 허가한 것은 위법하다는 주장 역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대리인은 한국수력원자력이 2011년 중대사고로 인한 영향을 누락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으나, 관련법은 2016년도에 개정됐고, 원안위는 신고리 4호기가 개정된 법을 적용하지 않았음에도 운영을 허가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원자로 시설 위치제한 역시 소송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자로시설 등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 제5조(위치제한) 1항은 원자로 시설은 인구밀집지역으로부터 떨어져서 위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2항은 원자로 시설은 방사성물질의 누출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주민에 대한 피폭방사선 총량이 원안위가 고시하는 값을 초과하지 않는 곳에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자는 중대사고로 인한 방사능물질 누출사고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원자로 위치제한과 더불어 복합재난에 대한 흠결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지진과 방사능 누출 등 복합재난이 발생할 시 이에 대한 재해방지 대책이 제시되지 않은 점은 방사능방재대책과 주민보호조치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따져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단은 신고리 4호기가 지진안전성 평가에 있어 흠결이 있다고 주장했다. 원자력안전법 및 원자로시설의 기술 기준에 관한 규정은 “원자로 시설은 지진 또는 지각의 변동이 일어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인정되는 곳에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신고리 4호기는 규모 5.8 지진이 발생했던 2016년과 그 이후의 지각특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소송대리인은 원자로 성능 미달도 문제를 삼을 예정이다. 한수원이 신고리 4호기에 사용한 가압기 안전방출밸브가 지속적으로 누설이 발생했다. 소송대리인은 이것이 성능 검증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소송단은 ▲원자로 시설의 성능 미달 ▲지진 안전성 확인 흠결 ▲다중오동작 분석 결과를 반영한 화재위험도 분석서 흠결 ▲다수기 사고에 대한 미심사 ▲복합재난에 대한 미심사 ▲ 주민보호조치의 흠결 등을 주장하고 있다.
용석록 기자
탈핵신문 2019년 5월호(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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