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탈핵
‘차이나 신드롬’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핵발전소에서 멜트다운 사고가 일어날 경우, 녹아내린 핵연료가 계속 핵반응을 하며 지구 중심을 뚫고 지나가서 중국에 다다를 것이라는 상상, 또는 원자료 용기가 도자기(차이나)처럼 깨질 수 있다는 비유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이나 신드롬의 제인 폰다와 잭 레먼
제임스 브리지스 감독은 이 용어를 제목으로 122분짜리 극영화를 만들었다. 픽션이지만 미국 내외에서 심심치 않게 빈발했던 핵발전소 사고를 모티브로 했다. 제인 폰다가 티비 리포터로, 마이클 더글라스가 카메라맨으로, 그리고 잭 레먼이 핵발전소 기술 책임자로 열연했다. 여러 뉴스거리에 흥미를 가진 리포터가 핵발전소 관련 기사를 특집으로 다루고자 발전소를 방문하고, 때마침 기술적 이유와 판단 착오가 뒤얽혀서 멜트다운의 위기를 간신히 극복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게 된다. 주인공들은 사고수습 보다는 은폐에 급급한 당국과 방송국을 접하며 더 큰 부정과 비리가 있음을 알게 되고, 이러한 상황에 분개한 기술 책임자는 중앙통제실을 점거하고 리포터를 불러 이를 폭로하려 하면서 영화는 절정으로 다가간다.
전형적인 헐리우드 재난영화 구성이지만, 감독의 접근은 매우 진지하다. 특히 잭 레먼이 연기한 기술 책임자는 핵발전소를 자신의 생의 전부로 생각할 만큼 자긍심을 갖고 또 핵발전의 안전성에 믿음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우려와 문제제기가 가로 막히자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행동에 나서는 내부 고발자이기도 하다.
더욱 극적인 것은 이 영화 자체가 현실에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는 사실이다. 영화가 개봉되었고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영화는 잘 만든 공상과학으로 이해되었다. 당시까지 미국인들 중‘멜트다운’이라는 용어를 들어본 이는 극소수였다. 그리고 12일 후인 1979년 3월 28일, 펜실베이니아 주의 스리마일 아일랜드 핵발전소에서 그 유명한 멜트다운 사고가 일어났다. 영화는 사고를 무서우리만치 예견한 것이었다. 이후 미국의 신규 핵발전소 건설은 사실상 중단되었다.
김현우 편집위원
탈핵신문 2019년 4월호(65호 _ 복간준비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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