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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 후쿠시마의 아픔 보듬는 ‘이와키 피라미 학원’

 

‘멍텅구리 핵발전소 더 이상 필요 없어’ 이와키 피라미학원의 음반 선전물


2016년 3월 도쿄와 후쿠시마의 반핵아시아포럼에서 인상적인 밴드를 만난 기억이 있다. 후쿠시마 현 이와키 시를 중심으로 노래하는 가족 같은 포크밴드로, 이름마저 이와키 피라미 학원(いわき雑魚塾)이니 제법 귀엽고 친근하다. <멍텅구리 핵발전소>, <후쿠시마의 바다여> 같은 히트곡도 있고 음반도 여러 장 내었으니 무명의 동네 아마추어 악단으로 얕보아선 안 된다. 이 밴드의 힘은 후쿠시마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전하고 나누는 데에 있다.

밴드 피라미학원 멤버들은 이와키 시에서 십년 넘게 음악을 함께 해왔다. 하지만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사고는 밴드의 음악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당시, 이와키 시에도 엄청난 지진과 쓰나미가 덮쳤으며 이어 핵발전소 사고 소식이 전해졌다. 밴드는 매주 수요일 연습을 해왔으나 사고 이후 두 달이 지나서야 서로의 무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즈음 전부터 알고 지내던 포크 가수 카사기 토오루 씨가 밴드 멤버들에게 ‘지진과 핵발전소 사고라는 비극을 노래로 기록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조언했다고 한다. 그렇게 피라미학원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예전처럼 함께 모여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곡을 만들어 음반으로 정리했다. 멤버 모두가 처음 해 보는 일이었다.

이들은 각자의 경험을 가지고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만들었다. 수산고등학교 교사였던 멤버는 할머니를 도우러 갔다 해일에 휩쓸려 간 제자의 이야기를 노래에 담았으며, 초등학생 방과 후 클럽에서 일하는 멤버는 학교 운동장을 뒤덮은 검은 오염토 비닐자루의 불안함을 노래했다. <후쿠시마의 바다여>란 곡은 오염수 방류에 분노해 만들어진 곡이다. 멤버의 연령대와 구성이 그들의 노래를 더욱 구성지게 만든다. 그들의 노래가 핵발전소 사고의 아픔에 공감하는 이들에게 다가가면서 도쿄의 전국 탈핵집회부터 작은 소학교 공연까지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지금 이와키 시에서는 다리와 도로를 복구하고 대형 쇼핑센터 건설이 한창이지만, 밴드의 한 멤버는 말한다. “하지만 말이야. 다들 괜찮은 척 허세를 부리고 있지만 모두가 상처와 스트레스를 가슴에 품고 있어. 이럴 때일수록 정직한 마음을 전하는 노래가 중요한 게 아닐까?”


김현우 탈핵신문 편집위원

탈핵신문 2019년 5월호(6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