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가격과 온실가스 배출 등을 고려할 때, 어떤 연료를 사용해야 할까? 이런 질문은 탈핵운동 진영이 찬핵 진영은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 끊임없이 받는 질문이다. 여기에 답하기 위해 그동안 탈핵진영은 다양한 내용을 개발해 왔고, 선거철은 이런 논의가 집중되는 때이기도 하다.
2012년 대선과 2016년 총선이 있을 당시 몇몇 단체와 정당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해 발표한 바 있다. 그린피스의 ‘에너지 혁명’, 녹색당의 ‘탈핵에너지전환 로드맵’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결과물들을 통해 ‘핵발전소 폐쇄’로 요약되던 탈핵진영의 요구는 더욱 풍부해졌다. 이런 흐름은 2017년에도 이어졌다.
차기정부 과제를 제시한, ‘탈핵에너지전환 시민사회로드맵’
우선, 대표적으로 탈핵천주교연대와 에너지정의행동이 주관해 진행한 ‘탈핵에너지전환 시민사회로드맵(이하 탈핵로드맵)’이 있다. 탈핵로드맵은 2016년 12월부터 연구팀을 구성해 전국 탈핵활동가들의 의견을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차기 정부의 탈핵과제를 선정했다.
흔히 ‘탈핵시나리오’는 경제성 등을 고려해 컴퓨터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회계분석 모델을 돌려 최적값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탈핵로드맵은 이런 과정보다는 전국의 탈핵활동가들의 생각을 모으는데 집중했다. 그간 탈핵진영의 요구에 담긴 의제를 정리하고, 해외 사례 등을 참고자료로 ‘핵발전소 없는 한국’을 만들기 위해 어떤 정책이 추진되어야 하는 지를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포커스그룹인터뷰, 활동가 설문조사, 대국민 ARS여론조사 등을 진행했고, 이를 다시 과제 정리에 반영하는 식으로 작성되었다.
올해 3월과 4월에 걸쳐 초안과 최종안이 발표된 탈핵로드맵은 3개 분야 10대 정책과제와 5대 중장기과제 그리고 차기 정부가 정권초에 진행해야할 핵심 과제 등을 정리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100% 재생에너지전환 에너지 시나리오’
한편, 환경운동연합이 대선을 한 달 앞둔 지난 4월 11일 발표한 ‘100% 재생에너지전환 에너지 시나리오’는 회계분석 모형을 이용한 전형적인 전력비중 분석 시나리오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를 위해 MESSAGE라는 모델을 사용했는데, 이는 1970년대 개발되어 현재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각국 정부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모형이다.
환경운동연합은 현재 가동 중인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명을 30년으로 제한하고, 건설 중인 발전소는 모두 취소, 전력수요는 연평균 0.12% 증가하는 등의 전제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했고,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얼마나 늘어날 수 있는 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020년 37GW에서 2050년 224GW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핵발전은 2042년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또한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2015년 39%에서, 2035년 11%를 거쳐 2050년 0%로 완전히 탈석탄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2012년 공약을 뒷받침하는 ‘녹색당 대안전력 시나리오 2030’
환경운동연합의 탈핵시나리오가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를 중심으로 탈핵, 탈석탄을 고민했다면, 녹색당의 탈핵시나리오는 과거 2012년 발표했던 선거 공약을 바탕으로 작성된 시나리오이다. 녹색당은 2012년 대선과 총선을 맞아 ‘2030년 탈핵정책’을 발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탈핵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의 경우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등을 염두에 두고, 과거 ‘2030년 탈핵정책’ 공약의 세부 시나리오를, 지난 4월 19일 ‘녹색당 대안전력 시나리오 2030’ 연구중간 발표회를 토론회 형식으로 가졌다. 녹색당의 시나리오는 대선을 겨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최종본이 발표되지 않았다. 지난 4월 발표된 중간 발표 내용에 따르면, 녹색당 시나리오는 회계분석 모델로 스웨덴에서 개발된 LEAP를 사용했고 이를 바탕으로 온실가스 배출량과 누적 비용을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녹색당은 ‘2030년 탈핵과 2050년 탈석탄’을 목표로 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의 가동률을 달리해 2개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여기에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전기차 수요를 함께 접목시켜 모두 4개의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전력수요 전망에 대해서는 환경운동연합이 연평균 0.12% 정도로 전력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감안해서 예측했다면, 녹색당은 인구감소와 산업구조 변화를 이유로 2025년까지는 연평균 0.96~1.37% 정도로 증가하지만, 이후엔 전력수요가 감소해 2050년엔 연평균 6.5%로 전력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녹색당은 이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은 2030년까지는 점차적으로 증가해 2억2100만톤~3억300만톤(CO2 환산톤)을 기록한 이후 전력수요 감소에 따라 2020년 7800만톤~1억1800만톤으로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다다익선, 다양한 논의가 풍부한 대안을 만든다.
이번 대선을 맞아 발표된 탈핵로드맵과 시나리오는 발표 주체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이는 탈핵운동 진영이 생각하는 탈핵의 방향성과 정의가 조금씩 다름을 의미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탈핵로드맵이나 시나리오가 발표되는 것은 다양성을 증진시키고 논의를 풍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측면이 다르다면, 이를 통해 어떤 모습이 우리 사회에 적합한 탈핵 방안인지를 함께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탈핵 로드맵과 시나리오는 다양할수록 좋다. 제19대 대선은 끝났지만, 탈핵진영의 나갈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이미 발표된 탈핵로드맵과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새 정부를 향해 더 구체적인 탈핵요구를 이뤄낼 수 있었으면 한다.
구분 |
탈핵·에너지전환 시민사회로드맵 |
100% 재생에너지전환 에너지 시나리오 |
녹색당 대안전력 시나리오 2030 |
작성 주체 |
탈핵천주교연대·에너지정의행동 |
환경운동연합 |
녹색당 |
발표일 |
2017.3.3.(초안), 4.25(최종) |
2017.4.3. |
2017.4.19.(중간), 6(최종 예정) |
목표 년도 |
2022년(차기 정부 임기) |
2050년 |
2030년 |
주요 특징 |
차기 정부의 정책과제를 정리 |
재생에너지 자립을 중심으로 시나리오 작성 |
2012년 녹색당이 발표한 2030 탈핵정책의 후속 시나리오 |
각 연구의 목적 |
시민사회가 요구할 차기정부의 탈핵과제 도출 |
시나리오에 따른 전원 MIX 최적값(설비용량, 발전량) 도출 |
각 시나리오별 온실가스 배출량과 누적비용 분석(미발표) |
사용한 회계분석 모형 |
- |
MESSAGE |
LEAP |
연구 방법 |
▲2012년 대선 정당 및 탈핵진영 요구 분석 ▲독일, 프랑스, 대만 정부의 탈핵정책 분석, 해외시민사회 자료 분석 ▲주요 지역 활동가 포커스그룹인터뷰(FGI) ▲탈핵활동가 설문(200여명) ▲대국민 전화 ARS 여론조사(1천명) |
▲단일 시나리오 분석 ▲전력수요 연평균 0.12% 증가 전망 ▲온실가스 감축목표 2005년 대비 2050년까지 80% 감축 목표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소 최대수명 30년, 신규건설 없음. |
▲2025년까지 전력수요 증가, 이후 감소(2050년 전력수요 증가율 전망 –6.57%) ▲4개의 시나리오 분석 ①2030년 탈핵, 2050년 탈석탄 ②①안에 재생에너지설비 증가 등 적용 ③①안에 전기차 수요 전망 증가 고려 ④②안에 전기차 수요 증가 고려 |
<표> 2017년 대선, 시민사회·정당 탈핵로드맵·시나리오 비교
탈핵신문 2017년 5월호 (제52호)
이헌석 편집위원(에너지정의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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