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PTV에서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스톱’에는 후쿠시마핵발전소에서 5km 거리에 살던 부부(사무, 미키)가 핵발전소 폭발로 도쿄로 이주하면서 배 속의 아이를 낳을 것인지 고민하는 삶이 펼쳐진다. 영화 속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임산부들을 찾아내 낙태를 종용한다. 미키 역시 낙태를 원하고 있으나, 남편인 사무는 하늘이 준 운명을 받아들이자고 한다.
사무는 미키를 안심시키려 후쿠시마의 출입제한구역인 집을 오가며 사진을 찍어 보여주며 별 이상이 없으니 한사코 출산을 밀어부친다. 그러나 사무는 후쿠시마를 반복적으로 방문하면서 겪게 된 이상 증상들을 목격하자 출산을 포기한다. 낙태와 출산의 입장이 뒤바뀐 부부는 점점 지쳐가고 낙태의 시간이 이미 지나버린 미키는 홀로 후쿠시마의 본집으로 출산하러 떠난다.
도쿄에 홀로 남은 사무는 핵발전소 폭발에도 무관심한 도시에서 절규하며 외친다. “이게 모두 전기 때문이야. 불을 꺼요. 불을.” 사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도쿄로 진입하는 고압송전탑을 찾아내 잘라버린다.
시간이 흘러 후쿠시마에서 출생한 부부의 아이는 선천적으로 1000배의 소음을 느끼는 질병을 갖고 태어난다. 귀마개를 하고 테이프를 붙이고도 방진헤드셋을 써야하는 아이는 또래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고통이 ‘잔인한 내림’처럼 이어진다.
영화 《스톱》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의 후유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가 2세를 지키려는 부성애에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유산을 고집하는 미키를 때리고 입과 손발목을 테이프로 포박, 감금한 일상은 여성 혐오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최근의 세 영화 《핵마피아》(김환태 감독), 《판도라》(박정우 감독), 《스톱》(김기덕 감독)은 경주의 550여회 지진과 여진 위에 놓인 집과 교실, 산업과 경제, 환경과 역사에 탈핵을 경고하고 있다. 이제 한국 탈핵의 그날도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신경준 (태양의학교 사무처장)
탈핵신문 2017년 1월호 (제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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