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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대로는 도저히 살 수 없다. ‘생존권’을 보장하라! -김승환 부위원장(월성 원전 인접지역 이주 대책위원회) 인터뷰

월성핵발전소가 들어선 양남면 나아리와 나산리 주민들이 핵발전소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하신지 17개월이 지났다. 1월에는 검사를 받은 월성 주민 모두의 요시료(소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있기도 했다. 탈핵신문은 지난 217()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농성장을 찾아가 김승환 부위원장(월성 원전 인접지역 이주 대책위원회)을 인터뷰했다.

 

 

 

 

월성핵발전소 앞에서 주민들이 농성을 하는 이유는?

나아리는 원래 2km에 걸쳐서 형성된 마을이었다. 월성 원전이 들어서게 되면서 토지를 강제수용 당했고, 불과 300m 범위에 몰려 살게 되었다. 농촌지역이다 보니 소득이 1차 산업 중심인데, 토지 강제수용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지를 잃게 되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버티고 온 것은 핵발전소 건설로 인한 유동인구 때문에 상권이 형성되고,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건설이 끝나고 난 후에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어졌다. 게다가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영향으로 핵발전소가 위험하다는 인식을 모두가 갖게 되었다. 한 마디로, 이대로라면 도저히 살 수 없으니까 우리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하는 것이다.

 

언제부터 농성을 시작했는지?

양남면 나아리와 그 옆 마을인 나산리 주민들 70여 가구가 중심이 되어 월성 원전 인접지역 이주 대책위원회(이하 이주대책위)’를 결성했고, 2014825일부터 농성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모든 일을 사실 그대로 진단하고, 상급기간에 보고해서 제대로 처리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권익을 노리기 위해 하는 것처럼 우리를 매도했다. 그래서 농성을 계속하게 되었고, 현재까지 온 것이다.

 

 

 

 

농성을 통해 주민들이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해 이주대책을 세워 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어려운 조건을 내밀면서 한수원에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원래 재산은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가치는 핵발전소로 인해 현저히 떨어져 버렸다.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한수원이다. 그래서 우리의 토지를 한수원이 매입해서 우리가 안전한 곳으로 이주할 수 있게끔 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 동안 얼마나 순진했는지 농성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핵발전소가 이렇게 위험한 줄 몰랐고, 단순히 핵발전소 때문에 먹고 살기가 너무나 힘들어서 시작한 것이었다.

농성을 시작하면서 삼중수소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해서, 핵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해 학습하고 서서히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경주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와 양심적인 전문가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주대책위에서는 이주문제 뿐만 아니라 월성1호기 폐쇄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핵발전소에서 일상적으로 나오는 방사성 물질로 지역이 오염되고 있다. 주민들의 건강도 마찬가지다. 특히 월성원전은 중수로이기 때문에 삼중수소 오염이 다른 핵발전소보다 7~10배 더 많다.

지난 2015322KBS2 ‘추적 60에서는 월성1호기가 가동 중단되었던 기간 동안 1/3 가량 방사선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보도했다. 우리가 월성1호기에 대해서 직접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월에도 월성 주민 요시료 중에 삼중수소 검출 관련해 중요한 발표가 있었는데

이주대책위가 경주시 월성원전·방폐장 민간 환경 감시기구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월성원전 주민 몸속에서 방사성 물질이 100% 검출되었다. 5세부터 82세까지 주민 40명의 소변을 검사했는데, 시료 40개 모두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이다.

검사한 데이터를 보면 최고치가 나온 A 씨는 핵발전소 안에서 청소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최저치가 나온 B 씨는 다른 사람들보다 핵발전소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다. B 씨뿐만 아니라 남편도 다른 주민들보다 낮게 나타났다. 핵발전소에서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그리고 가까운 곳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정부에서 역학조사를 하는 것은 항상 건강한 성인을 중심으로 한다. 그러나 우리가 한 조사는 주변에 사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니까 더 현저한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식수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증명되었다. 조사에서 높은 수치가 나왔던 부부는 식수를 생수를 사서 먹고 있다. 그런데도 높은 수치가 나왔다. 두 분이 사는 집의 지형적 조건이 그 원인이 아닐까 싶다. 공기 호흡을 통한 삼중수소 오염이 요인일 것이다.

그래서 근본 대책은 우리가 요구하고 있는 대로 이주라는 것이 더욱 분명해졌다. 핵발전소가 있는 이상, 이 지역을 다시 청정지역으로 회복시킬 수 없다. 핵발전소를 당장 중단할 수 없다면 근본 대책은 이주밖에 없다.

 

농성을 시작한지 거의 2년이 되었다. 많이 힘드셨을 텐데, 성과는 조금이라도 있었는지?

지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온갖 회유와 이간질 등으로 떨어져 나간 주민들도 있고, 갈등이 심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성과라는 것은 안타깝지만 현재까지는 아무것도 없다. 그들이 하는 말은 십중팔구 기준치 이하.

여기에 하루라도 있다 가면, 누구나 피폭된다. 하지만 그것은 한 순간이다. 그러나 여기에 살고 있는 우리는 24시간 내내 피폭된다. 회복될 시간도 없다. ‘기준치 이하라는 말을 꺼내면서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여기에 와서 우리와 함께 살아봤으면 좋겠다. 학자들에게는 가족 모두 데라고 와서 살아 봐라. 그리고 안전한 것을 검증해 봐라고 말했다. 그들은 한명도 안 왔다. 우리를 우롱하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본인이 하는 말을 검증할 수 있어야 전문가 아닌가. 그렇게 안전하다고 한다면 연구기관 등 한수원 시설을 모두 이전시켜서 연구자들을 여기에 살게 했으면 좋겠다.

TV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이 내 말이 아니면 된다고 했지만 딱 그것과 같다. 더 배운 사람이,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을 지도할 의무가 있다. 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고 기만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비참한 현실이다.

 

주민들은 대대손손 살아온 땅에 대한 애착도 있으실 텐데

물론이다. 이주를 하더라도 경주라는 지역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주민들이 많다.

핵발전소가 들어서기 전에는 이 지역은 천혜의 자연 지역이었다. 고급 어장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고향 땅에 대한 남다른 감정은 누구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오염되어 버린 지금, 하루 빨리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안전한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참으로 안타깝다.

 

 

 

탈핵신문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울시 노원구 아스팔트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었을 때 바로 조치가 취해졌다. 월성원전 주변에 사는 우리들도 똑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핵의 위험성은 사고가 났을 때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핵발전소 주변에서 사는 우리들은 일상적으로 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우리보다 나이 어린 손자 손녀들의 건강이 더 걱정이다. 국민으로서 동일한 대우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을 기대한다

 

2016년 3월호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