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탈핵천주교연대
김준한 신부 인터뷰
“핵발전소는 죽음의 기술, 교회 정신과 양립할 수 없다”
인터뷰·정리=정수희 준비위원
우리나라 핵발전소 21기 중 영덕의 6기를 제외한 15기가 부산 고리, 경주 월성, 울진에 있다. 게다가 지난 연말 신규핵발전소 부지로 삼척·영덕이 선정됐고, 경북은 핵 클러스트단지를 유치하려하고 있다.
오랫동안 핵문제의 심각성을 고민해 온 가톨릭은, 동해안의 이런 상황을 우려하며 지난 1월 16일 동해안탈핵천주교연대 출범식을 가졌다. 동해안탈핵천주교연대 간사단체를 맡고 있는 부산교구의 김준한 신부를 만났다.
출범의 계기는?
동해안 탈핵 천주교연대는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핵의 위험성에 경고를 보내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 속에서 신앙인으로서 응답할 필요를 느끼던 차에, 지난 해 12월 5일(월) 대구에서 생명평화 마중물의 주선으로 마련된 ‘정부의 경북 및 동해안일대 핵단지화-원전 확장정책에 대한 이해와 대응을 논의하는 지역 천주교 긴급 토론회’를 계기로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하여, 먼저 핵발전으로 인한 피해를 직접 겪고 있는 지역의 교회가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
기로 결의하고, 동해안에 인접한 원주, 안동, 대구, 부산교구의 정의평화위원회가 결합하여 1월 16일(월) 안동교구 영해성당에서 천주교 미사와 더불어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천주교에서 왜 탈핵을 주장하는지, 많은 시민들이 궁금해한다.이를 천주교 전체 입장이라고 봐도 되나?
천주교는 여러 가지 신앙고백 중 창조주 하느님께 대한 신앙고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것은 곧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창조 목적이 어떤 식으로든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침해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신앙의 기본입장이 교회의 생명 존중 정신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핵발전소는 이러한 교회의 신앙고백과 양립할 수 없는 죽음의 기술이기에, 탈핵은 교회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천주교 신자의 기본입장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저희의 출범미사 때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주교님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주교님이 메시지로 지지해 주신 것을 통해, 저희는 이것을 한국 천주교의 전체 입장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 핵발전소 밀집도가 세계적으로도 높음에도 불구하고, 신규핵발전소 부지로 삼척과 영덕이 선정했을 뿐만아니라, 경북의 원자력 클러스터 계획 등 핵발전 중흥 계획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천주교는 이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해 출범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전라도 영광도 이에 못지않지만, 우선 시급하게 연대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동해안 지역에 인접한 교구가 먼저 의기투합하게 된 것입니다.
최근 주요 활동은?
저희가 천주교 연대라는 틀을 구성하기 이전에 이미, 각 지역별로 탈핵관련 대책위에 신부님들이나 신자들이 결합하여 활동하고 계셨습니다. 따라서 천주교 연대를 통해 어떤 독자적인 활동을 모색하기 보다는 기존의 시민단체의 활동에 천주교 차원의 역량을 쏟아 붓고 연대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 지역별로 탈핵 미사라든가 교육 등을 실행하고 있으며, 부산에서는 종교인 탈핵선언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향후 목표와 계획은?
천주교 연대는 탈핵 운동의 커다란 틀 속에서 주도적인 역할수행을 계획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는 먼저 천주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지역 단체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필요에 따라 향후 독자적인 역할수행도 모색할 것입니다. 특별히 삼척과 영덕의 신규부지 선정 문제는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더불어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좀 막연하게 계획을 말씀드린 것 같은데, 이것은 결국 전체 탈핵운동과 연동된 것이기에 딱 부러지게 뭐라고 말씀드리기는어렵네요.
동해안천주교탈핵연대의 출범은, 핵 문제를 걱정하는 각 지역의 시민들에게 큰 격려가 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천주교는 생명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양보를 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저희의 존재근거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수백만명의 목숨과, 생태계를 담보로 건설되는 핵발전소의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용납될 수 없습니다. 저는 조만간 탈핵이 미래에 당연한 상식이 되리라고 믿지만, 그 시간을 가능한 한 조속히 단축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늦지 않게 모두가 깨어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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