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부지승인 취소소송의 의미와 과정에 대해
김영희(변호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공동대표)
<사진 : 신고리5,6호기 조감도 - 출처 : 한국수력원자력>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내 첫 핵발전소 신규건설 승인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 등은 탈핵을 결정하고 재생에너지 중심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핵발전소를 가동하는 나라라고 하더라도 안전성과 투명성 관련 규제를 강화하여 최대한 핵발전소 사고를 방지하고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여 후쿠시마 사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14일 전력설비에서 사양산업인 핵발전소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26%에서 29%까지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그리고 연이어 1월 29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신고리핵발전소 5·6호기 전원개발실시계획승인처분(이하, ‘이 건 승인처분’)을 하였는데, 이는 한국에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핵발전소 신규 건설 승인이다.
이 건 승인처분으로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원(육상면적 1,901,514㎡, 해상면적 668,952㎡)에 핵발전소 부지를 수용할 수 있게 허용하고, 공유수면의 매립 및 점용을 허용하는 것을 포함하여, 한수원이 핵발전소 부지를 정비하는데 필요한 각종 행정적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의제(擬制, 본질이 다른 것을 일정한 법률적 취급에 있어 동일한 것으로 보고 동일한 효과를 부여하는 일, 편집자 주)하는 효과를 줌으로써, 이 건 승인처분은 핵발전소 부지로 확정하는 효과가 발생하여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기정사실화 한다.
부산 및 울산대책위와 탈핵법률가모임, 승인 취소소송 제기
이에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과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는 지난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3주기를 맞아, 이 건 승인처분의 취소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발표를 하고 공개적으로 원고모집에 들어갔는데, 제주도를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1,317명의 국민들이 원고로 참여하였다(4월 25일 현재. 참고로 이 건은 행정소송으로 제소기간이 90일이어서 짧은 시간 안에 원고를 모집할 수밖에 없다). 원고로 참여해주신 분들 중에서는 특히 자녀를 둔 엄마들이 아주 적극적이었고, 가족 전부가 원고로 참여해 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일본의 경우 이미 1973년 8월 이카타 핵발전소 1호기 주변에 사는 주민 35명이 마쓰야마지방재판소에 원자로설치허가취소소송을 제기한 이래로, 후쿠시마 제2핵발전소 1호기 소송, 카시와자키가리와 핵발전소 소송, 몬쥬 소송, 롯카쇼무라 핵연료 싸이클 소송, JCO 임계사고 주민건강피해 소송 등 다양한 핵발전소 관련 소송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그동안 핵발전소와 관련한 소송 제기는 드물었다. 그만큼 핵발전소는 사법적 통제와 대부분의 국민들의 관심 밖에서 정부와 핵마피아 마음대로 증설되었고, 운영 과정에서도 뇌물과 위조부품 납품 등 온갖 범죄의 온상이 되어,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위험천만한 곡예’를 해왔다. 그리고 핵발전 관련 법·제도도 마찬가지였다.
전국의 시민들이 원고로 함께한, 국내 첫 신규건설 취소 소송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이번처럼 전국적으로 많은 국민들이 원고가 되어, 핵발전소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소송은 없었다. 이는 후쿠시마 사고를 목격하면서 비로소 우리 국민들이 핵발전소의 위험성과 문제점이 자신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다.
이 건 승인처분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너무나도 행정 편의적이고, 핵발전 사업자의 이익에만 철저하게 부합하는 절차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즉 사업자가 핵발전소에 필요한 부지를 지번 정도로만 특정해서 신청하면, 아무런 검토도 없이 필요한 핵발전소 부지를 취득(강제수용)하고, 바다를 매립·점용하며, 기타 도로개설 등 핵발전소 부지로 개발하는데 필요한 제반 행정적 인·허가를 의제해주어, 핵발전소 부지로 확정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군사독재정권에 의한 관료적 입법만이 이러한 입법을 가능하게 한다.
국민들의 관심이 없었던 상황에서 독재시대에나 가능했을 이러한 입법이 행해져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수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건 승인처분의 근거인 전원개발촉진법의 관련 조항들은 위헌이므로, 향후 이러한 조항들에 대해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할 예정이다. 관련 조항이 위헌이라는 점이 헌법재판소에서 확인되면 이 건 승인처분은 취소된다.
아울러 재판과정에서 핵발전소의 위험성과 문제점에 대해 법원을 설득하고 국민들에게 알려나갈 것이다. 결국 핵발전소 건설을 막아내는 것, 이것이 이 소송의 목적이다.
발행일 : 2014.4.28
'부산,울산(고리,신고리관련)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리1호기 폐쇄라는 하나의 목표 -부산, 각계각층이 모여 총력투쟁 (0) | 2015.06.11 |
---|---|
논란 속 신고리 3호기, 결국 가동하나? (0) | 2015.04.17 |
신고리 3·4호기 재검토 -밀양송전탑 공사강행, 시급하지 않다! (0) | 2013.11.07 |
더 이상 고리1호기 수명연장은 있을 수 없다 (0) | 2013.11.07 |
<8호>고리1호기 최근 무엇이 문제인가 (0) | 2013.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