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1호기 최근 무엇이 문제인가
천현진 통신원 (부산에너지정의행동 간사)
고리1호기 블랙아웃과 재가동
작년 2월 9일 고리1호기는 외부전원차단과 비상디젤발전기 고장으로 전력이 완전상실되는 블랙아웃사태가 12분간 지속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이를 은폐하고 독단적으로 재가동했다. 작년 3월 12일 우연히 은폐사실이 드러나면서 안전점검을 위해 즉각 가동중지 조치가 내려졌다. 이후 민간안전점검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점검단을 동원하는 등의 생색내기를 통한 가동수순을 밟은 뒤, 결국 작년 7월 4일 원자력 안전위원회가 고리1호기 재가동을 승인했다.
하지만,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부산시민들의 고리1호기 재가동반대 여론에 막혀 곧바로 재가동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가, 한여름 무더위에 따른 전력대란을 핑계로 고리핵발전소 인근 장안읍 발전위원회와 안전성 관련 합의를 보는 것을 끝으로 8월 6일 끝내 재가동이 시작됐다.
전력피크시기에 예방정비…결국 전력수급과 상관없는 고리1호기
과연 고리1호기는 전력대란에 영향을 주는 핵발전소일까? 그에 대한 답은 한수원 스스로 보여줬다. 이달 4월 12일부터 8월까지 고리1호기는 제30차 계획 예방 정비에 들어갔다. 이번 계획예방정비 일정을 놓고 볼 때, 그 동안 정부와 한수원이 고리 1호기 재가동 명분으로 내세웠던 전력대란방지는 실상 고리 1호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번 30차 계획 예방정비는 7~8월 한여름 전력피크시기가 포함된 장시간에 걸쳐 이뤄지며, 제31차 계획예방정비 기간도 겨울철 피크시기인 1월에 예정돼 있다. 사실상 이는 고리1호기가 전력대란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부와 한수원이 밝힌 꼴이다.
고비용, 대량의 부품교체…2차 수명연장을 위한 수순 밟기
고리1호기의 올해 교체할 예정인 원자로헤드, 주 제어반, 비상디젤발전기 등 주요설비의 시공비용은 725억원, 설비부품의 설계 및 제작에 이미 지출한 비용은 1,360억원이다. 그리고 4월부터 8월까지 계획예방정비기간에 정비되는 부품이 31개 204억원, 정비자재비가 93억원이다. 따라서 2013년도에 교체되거나 정비되는 부품의 제작비용까지 포함한 총액은 2,382억원이다. 그러나 장기 계획예방 점검기간을 빼고나면 고리1호기의 남은 가동기간은 채 4년도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2007년 1차 수명연장 시도전 3~4년 전의 상황과 놀랄만큼 흡사하다. 그 당시에도 고비용, 대량의 부품교체가 이루어졌다.
이런 전후 상황을 감안해 볼 때, 결국 이번 대규모 부품교체는 사실상 2차 수명연장(10년)을 위한 수순 밟기인 것으로 보인다.
계획예방 정기점검은 ‘유명무실’
고리1호기 블랙아웃은 후쿠시마 사고 전이 아닌 그 후에 정기점검을 거친 뒤에 일어났다. 이로써 ‘정기점검이라는 것이 얼마나 유명무실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얼마 전 고리 4호기가 두 달여간 정기안전점검을 마친 후 발전을 재개하였지만, 가동 중단과 재가동을 두차례나 반복했다. 이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무려 50여명을 투입해 정밀점검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장을 일으키고 그 뒤 다시 어이없는 실수를 거듭한 결과이다.
한수원과 한전이 핵발전소의 운영과 점검 작업을 얼마나 안일하게 진행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그들은 작년 한해 그토록 많은 부정·부패사건의 주범으로 비난받고도, 이후 반성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데 쓰이는 2,382억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다.
안전성도 경제성도 없다면?
낡은 핵발전소는 언제 어디서 고장이 나도 이상하지가 않다. 앞서 정기점검을 끝내고도 블랙아웃 상황을 초래하는 것은 이미 예상할 수 없는 곳곳에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불어 핵발전소 자체가 가지는 경제성조차 수명과 반비례한다. 이를 증명하듯 매년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 왔던 핵발전소 중 고리 핵발전소가 작년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핵발전소가 적자를 기록한 건 발전소 운영이후 처음이고 고리핵발전소의 적자규모는 무려 203억원이다. 고리핵발전소의 운영비가 최근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핵발전소 노후화가 운영비 상승의 원인으로 제기된 것이다.
고리핵발전소의 경우 2010년 5,900억원이던 운영비가 2012년 1조 1,000억원으로 급증했고, 고리6기 중 4기는 7~80년대에 지어진 핵발전소이다. 핵발전이 노후화되면 잦은 고장으로 인한 운행기간 축소, 방사성폐기물 증가 등으로 운영비 등 관리비용은 증가되는 반면, 운전효율 하락으로 수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 그럼 생각해보자.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 없다면 상식적인 답은 하나뿐이다.
이제 새로운 가치를 지향할 때!
한번 사고가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낳는 핵발전소. 그리고 사고가 나지 않는다해도 우리는 십만년 이상 몇 백만년까지 격리 보관·관리해야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매년 수백 톤씩 생산해내고 있다. 이미 대대손손 우리 자손들에게 고준위 방사능 핵폐기물을 유산으로 물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언제 어느 때에 방사능에 피폭될지 모르는 현실을 살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싼 전기, 경제성을 논하지 말자(실제, 싸지도 않다). 전기세 조금 아끼려고 수수방관하다가 모든 걸 잃고 핵발전소 난민이 되어 떠도는 사람들 이야기를, 바로 후쿠시마가 들려주고 있다. 비싸더라도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혹시 그래서 전기를 아껴써야 한다면 그것을 과감하게 수용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라도 돈보다 생명을 우리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의 부채를 함께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가치지향이 핵발전소를 하나하나 꺼나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발행일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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