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 2014년 지방선거, 탈핵·에너지전환 어떻게 할 것인가
2014년 1월 3일 오후 2시 서울 참여연대 강당에서 녹색당과 탈핵신문이 공동주최한 ‘2014년 지방선거, 탈핵·에너지전환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삼척. 영덕, 부산, 영광 등 핵발전소 현안 지역을 비롯해, 탈핵운동, 방사능안전 급식 조례 제정 운동을 펼치고 있는 여러 단체 활동가들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정리 : 박슬비, 이혜복, 하승수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유진 공동정책위원장(녹색당)은 2014년 탈핵운동 이슈를 6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후쿠시마 이후 계속되고 있는 방사능 오염수 유출, 둘째,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과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따른 신규핵발전소와 수명만료 핵발전소 문제, 셋째, 전국적으로 전개되는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 제정운동, 넷째, 잦은 핵발전소고장과 전력난, 다섯째, 송전탑 반대운동, 여섯째,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출범과 파행이었다.
이유진 위원장은 “후보를 내고 선거를 준비하는 것은 지역운동의 몫이지만, 2014년 지방선거 전체 판에서 ‘탈핵과 에너지전환’을 의제로 만들고,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 제정을 확산시키는 여론은 공동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제안했다. 또, “현재 46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탈핵·에너지전환’ 선언에 더 많은 지방자치단체의 참여를 유도하고, 서울시, 수원시, 노원구처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종합적인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는 움직임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김익중 교수(동국대 의대)는 “정부와 핵산업계가 여전히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고, 자연방사능, 의료방사능 얘기를 하면서 방사능 문제를 ‘물타기’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로 “첫째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금지, 둘째 국가기준치를 kg당 4베크렐 이하로 강화할 것, 셋째 원산지표시를 믿을 수 있게 관리할 것, 넷째 방사능물질의 생물학적 농축과정을 연구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이 4가지 일을 제대로 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므로 “각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를 만들고, 자체적인 식품오염도 측정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토론자들은 핵발전소 현안지역에서 지방선거 대응방안, 2014년 지방선거에서 탈핵·에너지전환을 관철시킬 수 있는 운동방안,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 제정운동의 방향 등에 대해 활발한 의견을 개진했다.
■ 핵발전소 현안 지역의 지방선거 대응
신규 핵발전소 현안지역인 강원도 삼척시의 경우, 반핵후보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대선과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반핵후보로 당선된 이광우 삼척시의원은 1월 중에 반핵시민후보 추천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논의중인 계획은 시의원 선거구별로 2명씩 총 4명의 시의원 후보가 출마하고, 시장후보로도 반핵후보를 추천하는 것이다. 현재 삼척은 반핵여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최근 지역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삼척 핵발전소 유치에 반대한다’가 58%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핵발전소유치 여부에 대해 주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는데, ‘주민투표에 동의한다’는 비율이 73.3%에 달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신규핵발전소 현안 지역인 경북 영덕의 박혜령 집행위원장(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은 영덕의 경우, “아직 지방선거와 관련해 직접적인 후보출마 움직임은 없지만, 수면 밑에 있던 반대여론들이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대구·경북 전체 차원에서도 지방선거와 관련한 대책과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재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진행중인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 제정 운동과도 연계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리1호기 폐쇄 문제와 신고리 3~4호기 등 새로운 핵발전소가 건설중인 부산 해운대구에서도 김광모 구의원이 참석해, 부산지역에서는 탈핵기초의원모임이 결성되어 활동 중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지방선거와 관련해 “고리핵발전소와 가까운 부산 기장군에서 탈핵후보가 출마하면 상징성이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리고 “부산 같은 경우에는 부산시장 조차 ‘고리1호기는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보수적인 기초단체장들로부터도 약속을 받아내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옥 사무처장(원불교 환경연대)은 “영광지역의 경우에는 생명평화 탈핵순례를 계속 진행하고 있고, 영광핵발전소에 대한 민관합동검증단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선거공간에서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선거공간에서 핵발전소 폐쇄(폐로) 방안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핵발전소 현안지역에서는 지방선거와 관련한 고민이 깊었다. 다만 가시적인 움직임이 드러난 곳은 현재로서는 강원도 삼척이었다. 삼척시장 주민소환운동을 진행하고, 이광우 시의원을 반핵후보로 당선시켰던 경험을 바탕으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반핵후보를 당선시켜 신규핵발전소를 백지화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 탈핵·에너지전환을 지역에서 관철시키는 운동방향
핵발전소 현안지역이 아닌 지역들의 경우, 지역차원에서 할 수 있는 전력 수요관리,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제기되었다. 특히 46개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한 탈핵·에너지전환 선언에 대한 평가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양이원영 사무처장(환경운동연합)은 “환경운동연합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전력소비량 추세,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서울시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서울시의 성공사례들을 모아서 공유하고 확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46개 지방자치단체가 탈핵·에너지전환 선언에 참여했지만, 2012년까지의 평가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탈핵·에너지전환은 선언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 광주 같은 경우에도 태양광발전 관련 조례가 제정되어 있지만, 태양광 발전실적은 미진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형원 과천시의원은 “밀양 송전탑 문제를 보더라도, 서울이나 수도권 도시에서 탈핵에너지전환도시, 에너지자립 도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지역에서 움직이려면, 이를 도울 수 있는 강력한 지원팀이 필요하다면서, 100개 정도의 지방자치단체가 회비를 모아 ‘탈핵에너지전환 지방자치연대 사무국’을 꾸리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확산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리고 과천시의 경우에도 3개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런 사업이 추진되면 에너지소비가 80퍼센트, 전력소비는 130%가 증가한다면서, 이런 개발사업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서도 총량목표를 가지고 감축을 해 나가는 방안, 가정과 사무실의 에너지효율을 점검하는 에너지관리사를 두는 방안 등도 제안했다.
이필구 국장(한국ymca전국연맹)은 “지방선거, 총선, 대선 때 수십 번의 정책 협약을 이미 해왔는데 ‘왜 잘 안 될까’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협약 이후 어떻게 압력을 가하고 정책화 하느냐, 그리고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도록 하느냐인데, 그 부분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필구 국장은 서형원 의원의 제안처럼 지원팀 사무국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교육하고 연구하는 씽크탱크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탈핵을 중심으로 후보를 내는 지역이 있다면, 한 군데라도 당선이 되어 사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양재성 대표(기독교 환경연대)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선언에 탈핵이 포함되었다면서, 탈핵을 어떻게 대중화하느냐가 중요하다”는 판단을 말했다. “밀양 송전탑문제도 중앙집중식 에너지시스템의 문제인 만큼, 그런 점을 대중적으로 알려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전기를 과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절전운동을 하는 것도 대중적으로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사례로는, 에너지자립마을을 만들고 있는 경남 거창군의 사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정토론과 자유토론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되었다. 이필구 국장과 양이원영 사무처장은 “탈핵과 지방자치를 연계시키는 방안의 하나로 주택문제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에너지손실을 줄일 수 있도록 낡은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협동조합을 활성화시키는 아이디어도 제안되었다.
안명균 운영위원장(경기녹색당)은 “경기도의 8개 지방자치단체장이 탈핵·에너지전환선언에 동참했지만,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 “그동안 탈핵·에너지전환운동을 해 온 시민단체가 쟁점을 만들고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상급식이 지방선거의 쟁점으로 되었던 사례를 참고하여, 시민단체가 탈핵·에너지전환을 보다 적극적으로 쟁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 방사능안전 급식조례 제정운동의 방향
간담회의 또 다른 주제인 방사능안전급식 조례와 관련해서도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김광모 의원은 부산시의회에서 만들어진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서울, 경기의 조례에도 문제가 많다고 봤다.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조례가 만들어졌지만 국가기준치를 따르는 등 실질적인 의미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먹거리 방사능 측정에 필요한 정밀분석장비 예산이 확보되지 않는 등 조례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한 준비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조례를 제정할 때에, 방사능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하는 ‘방사능물질감시위원회’ 구성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덧붙였다. 김광모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조례가 졸속으로 처리되는 것보다는 실효성이 있는 조례가 제정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편 후쿠시마 사고 이후 먹거리 방사능 문제를 계속 추적해 온 전선경 대표(방사능시대 우리가 그린 내일)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방사능에 대한 경각심이 너무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늦었지만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 제정운동이 시작되고, 불충분하지만 서울에서 김형태 교육의원과 환경단체, 생협, 녹색당이 함께 조례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실제로 조례가 제정된 것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조례의 미진한 부분을 개선하고, 실제로 조례가 제대로 집행되도록 하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 서울교육청 급식담당자를 만나 태스크포스팀 구성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사례가 있는 등 행정당국은 여전히 방사능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교육청은 8베크렐 이하는 아예 검출이 안되는 측정기를 사서 나눠주는 등 예산을 낭비하면서 시늉만 내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전선경 대표는 정밀 방사능 분석기를 구입해서 운용하고, 학교급식 뿐만 아니라 유치원과 어린이집 급식 등도 방사능에 관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사업계획에서 탈핵과 방사능 문제를 핵심적인 의제로 삼고 있는 YWCA 전국연맹의 이윤숙 부장은 YWCA의 활동계획을 소개하며, 다양한 제안을 했다. “YWCA의 경우에는 자체 시설에서부터 태양광 발전,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LED전등 설치 등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인 호흡으로 활동을 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밀양 송전탑 문제, 방사능 식품 안전 운동에 시민의 호응이 높았다는 점을 감안해서, 탈핵을 생활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2014년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방사능 안전 급식조례 제정운동을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용미숙 위원장(서울한살림 식생활위원회)은 “시민들은 방사능에 민감하다”면서, “정확한 정보공개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국가기준치를 강화하고 지방선거에서도 후보들을 평가할 때에 먹거리 방사능에 대한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설경 이사장(서울 아이쿱 생협)은 “방사능과 관련해서는 정보공개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생협에서 하고 있는 정보공개가 생협을 넘어 사회적 제도로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산물뿐만 아니라 가공식품, 조미료, 스프 등을 규제하는 내용이 조례에 포함되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함원신 대표(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조례 제정을 위한 대구·경북시민모임)는 “엄마들이 방사능 급식 문제를 통해 탈핵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생협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통해 “‘엄마의 마음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방사능 안전급식 운동이 대중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보았다”는 것이다. 다만 “대구·경북의 경우에는 각 학교가 학교급식 식재료를 개별입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조례를 만들어도 실행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토로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고, 영양사나 급식 관계자들에 대한 교육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녹색당과 환경단체 등이 강사진을 만들어 운영하고 시민들과 보다 많은 접촉면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 2014년 탈핵운동,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이후에 이어진 자유토론을 통해서도 2014년 한해동안 탈핵운동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한 다양한 제안들이 쏟아졌다.
2014년 지방선거는 이제 5개월도 남지 않았다. 선거 한번이 탈핵운동의 성과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주어진 계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간담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2014년 삼척에서 반핵후보 당선을 통해 정부의 신규핵발전소 추진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수도권을 포함한 도시 지역에서 탈핵·지역에너지 전환을 지방선거의 의제로 만들 수 있을까? 방사능 안전급식을 매개로 더 많은 시민들이 탈핵에 관심을 가지고 탈핵운동에 참여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처음부터 보이는 길은 없고, 결국 길은 사람들이 다니며 개척하기 나름이다. 2014년에 지역에서부터 탈핵의 기운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발행일 : 20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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