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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SMR은 수출용? 국내는 탈원전?

 

여권에 불어닥친 소형모듈원자로(SMR) 열풍

 

최근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을 둘러싼 핵산업계와 여당의 움직임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4, 한수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주관하는 혁신형 SMR 국회 포럼이 출범했다. 이날 포럼에는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여야 국회의원 11명이 참석했다. 한수원은 2028년까지 혁신형 SMR에 대한 인허가를 획득하고 203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출시장에 뛰어들겠다고 공언했다.

 

5월 14일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혁신형 SMR 국회포럼'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이런 흐름은 지난 5,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회동에서도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추진하는 SMR 분야에서 미국과 전략적 협력을 통해 중국·러시아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이날 발언은 불과 1주일 정도 지나 진행된 한미정상회의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한미 정상은 공동 선언을 통해 원전 사업 공동 참여를 포함해 해외 원전시장 내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약속했다라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한미정상회의 공동 선언은 수 주일 전부터 조율되기 때문에 송영길 대표의 발언은 돌출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 검토되었던 것을 공개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런 흐름은 핵산업계와 정치권을 넘어 이제 주무 부서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8,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취임 한 달을 맞은 기자간담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차세대 원전 기술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올해 가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SMR 연구개발 계획을 밝혔다. 그는 기존 탈원전 기조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탄소중립에 핵발전이 가진 역할이 있을 것이라며, 핵산업을 유지하고 수출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마트원자로에서 SMR까지

 

 

규모가 300MW 이하 소형원자로이면서 다양한 설비를 한군데 모아 모듈 형태로 만든 원자로를 소형모듈형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라고 부른다. 신고리 4호기의 용량이 1400MW급이니 기존 원자로의 1/4~1/5 정도의 크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스마트 원자로(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SMART)라는 상표명으로 불렸다.

 

우리나라에서 스마트원자로의 시작은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련이 붕괴함에 따라 재원이 필요한 러시아는 기술을 해외에 팔기 시작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러시아 핵잠수함 제조사인 OKBM에서 핵잠수함 도면과 코드 등을 도입했고, 이를 바탕으로 1997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었다. 100MW급으로 설계되었던 스마트원자로는 인구 10만 명 정도의 중소도시에 전력과 해수를 담수화한 물을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담수가 귀한 사막 지역에서 해수 담수화 설비와 함께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스마트원자로의 목표였다.

 

연구개발이 끝나지도 않았지만, 언론에서는 스마트원자로는 조만간 수출에 성공할 것처럼 장밋빛 희망을 보도하곤 했다. 2002년에는 인도네시아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2004년에는 UAE와 양해각서를 맺었다며 수출에 청신호같은 보도가 있었지만, 장작 스마트원자로는 설계만 있을 뿐 시험로조차 만들지 못한 상태였다. 2005년에는 대전에 스마트원자로 건설계획이 알려지면서 대전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경제성이었다. 발전설비는 철저히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설비이다. 크든 작든 규제 비용과 핵폐기물 처분 등 필수적인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만약 핵발전소를 도입한 적이 없는 나라라면 새로 법률이나 전문인력도 양성해야 하므로 대규모 발전소보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성 논란에 빠지자 보수 언론은 중소형 원전 시장이 350조 원 규모의 시장 가치가 있다며 사장될 위기에 빠진 스마트원자로를 살리자라는 기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이것이 벌써 10여 년 전 이야기이다.

 

우여곡절 끝에 스마트원자로는 2012년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해외에 건설을 완료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20153,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00MW급 소형원자로 기술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 체결 소식을 전했다. 이를 언론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첫 수출과 같은 제목으로 소개했으나, 2021년 현재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 스마트원자로는 건설되지 않았다. 2015년부터 3년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우리나라가 13천만 달러를 투자해 건설 전 설계(PPE) 사업을 추진했으나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합작법인은 2021년이 된 아직도 설립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건설 전 설계 사업에 3천만 달러(335억 원)를 투자했으나 사업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흔히 핵발전소 수출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핵발전소 건설은 물건을 파는 것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투자하여 해외에 전력회사를 설립하고 전력 판매 수익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재생에너지 비용, 핵발전을 둘러싼 규제 비용 상승, 장기 프로젝트일 수밖에 없는 전력산업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손해보는 장사가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탈원전 유지와 SMR 연구개발의 모순

 

 

이번에 한수원과 원자력연구원이 밝힌 혁신형 SMR’ 계획은 100MW급 스마트원자로가 아닌 500MW급 원자로이다. IAEASMR 기준으로 300MW 이하를 사용한다. 그런데 한수원은 500MW 이하까지도 SMR의 범주에 넣고 있다. 폐쇄된 고리1호기의 용량이 587MW였으니 소형이라고 하기엔 조금 크다. 이처럼 용량을 더 크게 잡은 것은 이전에 잡았던 100MW로 전기와 물을 공급하는 모듈형 원자로 시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 꼴이다. 1997년 개발 초기부터 20여 년이 지났다. 그러나, 언론에서만 유망주이고 실제로는 실적이 없었으니 방향을 바꾸는 것은 자연스러울 것이다.

 

용량이 달라지고 목적이 달라지면 다시 설계하고 규제심사도 다시 받아야 한다. 이를 불과 몇 년 안에 마칠 수 있을지, 설사 설계와 규제심사가 끝나더라도 건설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실제 건설했던 실적이 있느냐는 점 역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설계도면만 보고 발전소를 살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결국, 국내 건설이나 내수시장 확보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정부가 언급하는 것처럼 SMR은 수출용, 국내는 탈원전이라는 인위적인 이분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대놓고 문재인 정부만 버텨보자라고 이야기하는 핵산업계 인사들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얼마나 부족한 것이었는지가 또 한 번 드러난다.

 

이헌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1년 6월(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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