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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누클리어 캐틀, 그리고 지금의 이야기

 

 영화로 만나는 탈핵

 

누클리어 캐틀, 그리고 지금의 이야기

 

 

일본 영화감독 마츠바라 타모츠의 가슴 아픈 다큐멘터리, <누클리어 캐틀>은 탈핵신문 76호에 이미 소개된 바 있다. 후쿠시마의 데드 존에 사는 500마리의 소와 6명의 농민을 다룬 이 2016년 작품이 최근 프랑스 자막판으로 온라인으로 상영되어 관심을 끌었다. 감독은 이 상영에 즈음하여 자신의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다큐멘터리 이후의 상황과 함께 후쿠시마 사고 10주년에 생각해보아야 할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아래에 성명서를 요약해서 소개한다.

 

 

베를린 우라늄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마츠바라 타모츠 감독

 

 

마츠바라 타모츠 감독의 성명서 요약

 

저는 20116월부터 5년에 걸쳐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는데,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주변 30km 반경 내에서 촬영했습니다. 영화는 자신들의 소가 피폭된 농부들의 고통을 보여줍니다.

 

일본 정부는 처음부터 10년 동안 배상과 재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고, 더욱이 지금은 올림픽이라는 이름으로 후쿠시마를 대중의 기억에서 지우려고 합니다. 전 세계가 핵에너지의 파괴적인 영향에 대해 알고 있지만, 일본은 이 에너지원을 버릴 기미가 없습니다.

 

이케다 농장은 핵발전소와 마찬가지로 오쿠마에 있고, 희망의 농장은 나미에에 있으며 반핵을 분명하게 선언합니다. 야마모토 농장은 나미에 출신의 전 시의원의 소유로, 그는 핵발전을 옹옹호합니다. 와타나베 농장은 가장 높은 수준의 방사능 낙진을 경험했습니다.

 

모든 곳에서 소의 수는 줄어들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고, 농부들은 돈이 안 되는 소를 계속 돌보고 있습니다. 10년이 지났다고 그곳에 사는 것이 합리적일까요? 벌써 다시 개방한 지역에는 방사선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젊은 세대가 아닌 노인만이 그곳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누클리어 캐틀의 한 장면

 

오카다 교수 팀이 이끄는 저선량 방사선 노출 영향 연구를 통해 저는 백혈병으로 인한 죽음이 증가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방사능으로 인한 백혈구 수가 감소한 유형의 경우는 사고 후 인간 건강에도 위험이 있음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연구원들이 언제나 후쿠시마에 있는 것은 아니며, 부검되는 젖소는 며칠 전에 죽은 것이라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어렵습니다. 저선량 방사능의 영향에 대한 연구에 정부는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찬핵 로비스트에게 불편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왜 농부들은 피폭된 소를 죽이지 않고 돌볼까요? 5년 넘게 농부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저는 그들이 소에 대해 느끼는 친밀감’, 사육자로서의 자긍심그리고 저항정신을 발견했습니다. 정부는 도축을 거부하는 농부들에게 소를 키울 수 있는 조건들을 제시했습니다. 번식 금지, 상업적 판매 금지, 지역을 떠나지 않을 것, 사료비용 자부담, 동물이 죽으면 5미터 깊이로 매립 등입니다. 이런 조건들을 결국 농부들에게 부담과 인권 침해를 일으킵니다. 소를 기르고 싶었던 농부들도 죽은 소를 매장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높아서 어쩔 수 없이 도축 명령에 따라야 했습니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서 50km 떨어진 소마 마을에 낙농장을 갖고 있던 한 농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는 방사선에 피폭된 젖소의 우유를 하루에 몇 번씩 짜서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상에 미치지 못하는 돈만을 받으면서 이 일을 계속하던 그는 후쿠시마 사고 1년 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

 

오늘날 일본에는 더 이상 상식의 공간이 없습니다. 핵 사고를 빠르게 종결시키는 것이 전부이고 정부는 비용이 얼마 들든 주민들이 복귀하도록 하는데 골몰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삶이 아니라 정부의 위신만을 염려하는 것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보여 드리고 싶은 것은 지금은 일본의 사회나 경제 활동이 인간의 삶 보다 앞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회가 진정으로 사람들의 복지에 기여할 수 있을까요?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과 모든 형태의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할 정도로 그럴까요?

 

오늘날 일본에서는 경제가 최우선이라는 생각이 정부의 핵심과 대중들 사이에서 모두 널리 퍼져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핵발전소 사고와 같은 중대한 재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이미 인간이 통제 할 수없는 핵에너지 비용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세계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생명이 다시 최우선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영화가 당신에게 그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를 바랍니다.

 

김현우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1년 5월(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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