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탈핵
나바호 소년의 귀환
The Return of Navajo Boy (2000)
56분, 다큐멘터리, 2000년 미국
감독 : 제프 스피츠
미국 애리조나주와 유타주 경계에 위치한 모뉴먼트 밸리는 존 포드 감독이 만들고 존 웨인이 주연한 <역마차> 등 서부영화의 단골 배경이 된 인기 있는 관광지다. 하지만 그곳은 서부 개척시대 동안 수많은 아메리칸 원주민들이 백인 정복자들에게 희생당한 아픔의 장소이자 지금도 그 땅을 터전으로 살아온 나바호(Navajo) 부족 인디언 보호구역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이 지역에 흩어져 사는 나바호 인디언의 인구는 대략 17만 명 정도다. 이 지역은 강수량이 적어서 농사가 어려운 대신 석유, 천연가스 등 지하자원이 다량 매장되어 있어서 에너지 자본의 표적이 되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문제의 우라늄도 있었다.
1944년부터 이 지역에서 390만 톤의 우라늄이 채굴되었지만, 20세기 후반이 되자 우라늄의 시장 수요가 줄어들고 1천여 개의 광산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방사성폐기물 덩이들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고, 광부들뿐 아니라 인디언들에게도 암과 방사성 질환이 급증하게 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이러한 사연과 아픔을 담고 있는 한 인디언 가족을 주인공으로 한다. 히로세 다카시 선생이 <누가 존 웨인을 죽였는가?>에서 미국 사막에서 벌어진 방사능의 비극을 고발했지만, 이 가족은 1950년대의 여러 사진과 서부영화에 이름 없이 등장했는가 하면 아이들의 이름마저 존 웨인이다.
1997년에 한 영화제작자가 자신의 아버지가 제작한 무성영화 “나바호 소년”을 인디언 가족에게 보여 주는 것으로 다큐멘터리는 시작된다. 가족은 영화 속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와 어린 시절 형제의 모습을 알아본다. 어머니의 사인이 폐암이었으며, 가족은 규제되지 않은 우라늄 채굴로 인한 환경 오염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왜 이 가족이 우라늄 광산 때문에 병들어 죽고 헤어지게 되었는지, 인디언 공동체들이 어떤 희생을 겪었는지를 추적한다.
그리고 이 영화 덕분에 나바호 부족의 소년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나바호 가족 역시 미국 정부로부터 얼마간의 보상을 받게 된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우라늄 채굴로 인한 환경 피해에 대해 광산 노동자와 주민에게 대한 보상법도 통과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처리된 우라늄 폐광과 정화된 오염 지역은 아직 일부에 불과하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인종차별과 백인 우월주의, 미디어와 정치 체제, 환경관련 법안의 문제 등 심각한 문제들을 함께 다루고자 했다. 영화는 2000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되었고, 이 주제를 다루는 교육과 대학의 행사에서 많은 관객을 만났다. 2008년에는 15분 분량의 에필로그가 추가되어 미국 연방의회와 환경부 직원에게도 상영되었다.
김현우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0년 3월(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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