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바람의 나라로! 생명, 평화, 탈핵, 살리고!’
원불교가 영광에서 ‘생명평화 탈핵순례’를 시작한지 5주년을 기념하는 지난 11월 27일, 탈핵신문은 원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김선명 교무를 탈핵순례길 위에서 만나 그 동안의 경과와 향후 바람 등에 대해 인터뷰했다.
자기소개…
원불교 교육자가 된 지 26년차이고 2년 전부터 원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원불교환경연대는 8년 전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을 시작으로 출범했고, 현재 ‘생명평화 탈핵순례’를 비롯해 탈핵운동에 집중적으로 매진하고 있다. 또, 원불교환경연대를 비롯해 원불교의 5개 시민사회단체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만든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원씨네)’ 주임교무이다. 원불교가 사회와 유리되지 않고 어려운 현안과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인 ‘원씨네’ 교당 교무로서 감사히 일하고 있다.
▲김선명 교무님
생명평화 탈핵순례 5주년을 맞이했다. 순례 길에 대해 알고 싶다.
빨리 탈핵이 되어, 끝내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더 크다. 2012년 11월 26일에 시작했으니 만 5년이지만 회수로 따지면 6년째 걷고 있는 셈이다. 작년 9월 24일에 200회 행사를 치르고 오늘은 262차이다.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30분 영광군청에서 탈핵기도를 하고 출발해, 한빛핵발전소까지 22km를 걷는다. 코스는 영광 읍내 터미널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난 다음, 영광스포티움, 덕호마을, 법성, 홍농, 그리고 발전소까지 5구간을 걷는다.
순례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원불교의 탈핵운동은 1986년 영광핵발전소3~4호기 반대운동에 결합하면서 시작했다. 그 때는 탈핵이 아니라 반핵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 같다. 결국 3~4호기 건설을 막아내지 못했고, 운동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는데, 2003년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 문제로 다시 영광에서 새롭게 탈핵운동이 불 붙었다. 그 때 교당에서는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개월 동안 100여명 이상의 교무들이 파견되어 근무했고 영광에 방폐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아내는데 일조했다. 그 이후 2011년 후쿠시마사고를 계기로, 핵발전소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새롭게 각인되는 와중에 2012년 10월 영광 한빛3호기 핵반응로(=원자로) 헤드 균열사태가 일어났다. 원불교 차원에서 항의하고 재발 방지와 안전 운전을 요구했다. 그런데 곧이어 11월 짝퉁부품 사건이 또 일어났다. 이렇게 믿음이 안 가는 것을 더 이상 가만히 둘 수 없겠다는 마음으로, 2012년 11월 26일 처음으로 ‘생명평화 탈핵순례’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 동안 매주 지속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많이 힘들었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바람이 불어도 매주 월요일마다 순례를 지속했다. 많을 때는 하루에 40~50명, 최대 100명 이상 참여한 적도 있지만, 반면에 적을 때는 2~3명이 걷기도 했다. 그래도 끊이지 않고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연대해서 함께 걸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의 원불교 교무님들과 교도분들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와서 함께 해 주었다. 특별히 당번을 정하지 않아도 월요일마다 각지에서 연대자들이 와서 함께 걸어준 것이 5년을 이어온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들 원불교가 단독으로 하는 기도가 아니고, 또 혼자 하는 탈핵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그 동안 외롭지 않았다. 그리고 반드시 탈핵을 이루어야겠다고 실감했다.
순례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시작 당시에는 오후 5시쯤에서야 순례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걷는 속도가 빨라져서 오후 3시 30분쯤이면 끝낸다. 당초보다 거의 1시간 반 정도 단축된 셈이다. 대신 너무 빨리 걸어 처음 참여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힘들어한다. 걷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왜 걷는가가 중요한데 말이다(웃음). 생명을 살리고, 우리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핵발전소를 멈춰야 한다는 요구가 순례의 주 목적인데, 걷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어려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아 한편으로 죄송스럽다. 빨리 걷는 것이 오히려 연대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요인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순례 중간 중간에 외치는 구호가 인상적이다.
‘태양과 바람의 나라로! 생명, 평화, 탈핵!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이다. 걷기 시작할 때와 잠시 쉴 때 외치고 있다. 애초부터 정해서 한 것이 아니라, 순례를 계속하면서 생각들이 모아지면서 언제부턴가 외치게 된 구호이다. 희망적인 뜻을 담아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라고 마지막에 3번 힘차게 외치고 있다.
탈핵순례를 통해 느낀 보람이나 성과가 있다면?
생명평화 탈핵순례를 시작했을 당시 3가지 요구가 있었다. 첫째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 둘째 신규 핵발전소 건설 중단, 셋째 운전 중인 핵발전소 안전성 확보 및 조기 폐쇄이다. 이 요구들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하지만, 지난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핵 원년을 선언하면서 첫 번째 요구(노후 수명연장 금지)에 대해 첫 단추를 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도에 수명 연장된 월성1호기에 대해서도 법원에서 수명연장 취소 판결이 내려졌으니까 두 번째 단추도 끼었다. 두 번째 요구는 신규핵발전소 건설 중단인데 이번에 신고리5·6호기를 백지화할 수 있었다면 두 번째 요구도 첫 단추를 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5년 동안 걸으면서 순례기도를 해온 것에 어느 정도 보람을 얻은 것 아니냐고 기대했었는데, 공론화라는 이름으로 던져놓고 결국 ‘건설 재개’를 선언해 버렸다. 굉장히 어처구니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이번에 포항 지진이 일어났지만 이것은 사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라고 생각한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를 통해서 ‘건설 재개’를 결정했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는 마지막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신고리4호기, 신한울1·2호기도 마찬가지다. 신규 핵발전소를 우리가 지금 멈추자, 끝난 싸움이 아니라고 새롭게 다짐하고 있다.
▲탈핵도보순례 후 한수원 한빛본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려고 했으나, 저지당하자 항의하는 김선명 교무.
원불교는 성주의 사드 배치 반대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원불교가 사드와 탈핵운동에 매진하는 이유는?
원불교뿐만 아니라,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를 지키는 일에 종교가 앞장 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생명 구원을 위한 가르침이 있다면 반생명적이고 반평화적인 핵발전소와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반대해야 한다. 우리들의 능력과 힘이 부족해서 직접적으로 해내지 못해내는 것이 안타깝다. 공교롭게도 영광은 원불교가 발상한 근원 성지이고, 성주는 원불교 2대 종법사인 성산종사 탄생지가 있는 곳이다. 원불교와 직접적인 인연이 있는 곳에 핵발전소가 있고 또 사드까지 배치된 셈이다. 이것은 원불교가 탈핵운동과 평화운동에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만남이자, 오히려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대 과제에 헌신할 수 있는 직접적인 계기를 주셨기 때문에, 고달프고 앞이 깜깜하더라도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원불교는 굉장히 작은 종교이지만 진리의 근본에 있어서는 종교는 모두 똑같다고 본다.
한국의 탈핵, 어떻게 가능할까?
우리들이 소수인 것 같지만 ‘티끌 모아 태산’ 이라는 말이 있다. 핵발전소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 그래서 서로 연대하는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기조에서 발표한 ‘탈석탄·탈원전’은 굉장히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하는데, 임기 내에 핵발전소 5개가 더 늘어난다는 것은 모순이다. ‘탈석탄·탈원전’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기본 정책을 꾸려 나가려면 신규 핵발전소는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는 명확한 기저 정책을 세워 놓고 가야 한다. 지난 신고리5·6호기 공론화처럼 적당하게 숙의민주주의라는 방식을 던져 놓는 것은 정부 정책의 기본적인 책임을 방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핵발전소를 짓지 않아도 재생가능에너지와 수요관리를 통해서 3GW(기가와트) 내지 4GW 이상을 메울 수 있는 정책을 이미 가지고 있으면서 왜 자신 있게 밀고 나가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핵마피아를 비롯한 기득권의 저항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소극적인 자세가 아쉽다. 그래서 우리 탈핵진영은 더욱 더 연대해 탈핵을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 탈핵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흔들리지 않고 탈핵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탈핵진영이 정확하게 의제를 선점하고 연대를 통해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힘이 제일 필요하고 소중하다.
마지막 한마디?
원불교는 탈핵이 될 때까지 순례 기도를 놓을 수 없다. 원불교환경연대 차원에서도 신재생에너지 ‘햇빛 교당 100개 사업’을 완성하고 절전운동, 태양광발전 보급, 그리고 탈핵의 가치를 저변에 확산하는 일에 더욱 매진해 나갈 것이다. 탈핵은 결코 꿈이 아니고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온 국민에게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탈핵신문이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하고, 탈핵신문 독자들도 실천을 통해 탈핵운동에 함께 해 주시길 바란다. 연대만이 힘이다.
탈핵신문 제59호 (2017년 12월)
정리 :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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