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인 대토론회, 진정한 에너지 민주주의 공론장
울산시민 1천 명이 모여 신고리5·6호기 백지화를 위한 대토론회를 열었다. 토론 결과 신고리5·6호기를 백지화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피해가 걱정돼서’라는 의견이 나왔다. 한 토론자는 토론의 의미를 “꿀 잠”이라고 했는데, 지난해 5.8 지진 이후 울산시민들에게 불안한 잠자리가 일상이 되었음을 짐작케 한다.
▲ ‘신고리5·6호기 백지화와 탈핵시대를 여는 울산시민 1000인 대토론회’가 열린 울산 종하체육관 토론장. ©용석록
▲ 1000인 토론에는 교육계, 시민사회계, 여성, 학부모, 법조계, 보건의료계, 청년, 청소년, 어린이 등 다양한 부문과 연령층이 참여했다. ©용석록
신고리5·6호기백지화 울산시민운동본부가 주최한 ‘신고리5·6호기 백지화와 탈핵시대를 여는 울산시민 1000인 대토론회’가 9월 24일(일) 울산 종합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에는 미래세대(어린이, 청소년, 청년)가 190명, 30세 이상이 810여 명 등 1천 명이 참여했다.
울산시민 1000인 토론은 1부 오프닝(20분), 2부 선택토론과 공통토론(각각 40분씩), 3부 구글 투표 발표와 토론결과 발표 등으로 진행됐다. 사전토론과 선택토론은 100개 모둠에서 나온 의견을 취합해 구글 투표로 순위를 매겼다. 토론 모둠은 10명을 한 모둠으로 편성해 100개 모둠이 각각 토론했다.
1부 사전 구글 찬반투표 주제는 ‘신고리5·6호기 백지화를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에 관한 내용이었다. 투표 결과 1위는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우려 때문, 2위는 미래세대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때문에, 3위는 핵폐기물 보관 방법이 없기 때문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부 선택토론 주제 가운데 하나인 ‘핵발전소 최인접지역 서생면 주민들의 피해(이주, 건강, 보상문제 등)에 대해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토론 결과는 서생면을 탈핵타운으로 만드는 방안이 1위로 제시됐다. 서생면을 재생에너지 시범마을로 만들고, 중단된 신고리5·6호기를 체험시설로 만드는 시도 등으로 지역민의 생계문제와 일자리 문제에 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이 외에 정확한 피해조사(역학조사, 실태조사)와 투명한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 지역주민과 함께 탈핵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실질적인 이주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이주 범위 확대 등이 제시됐다.
또 다른 선택토론 주제인 ‘신고리5·6호기 백지화 이후 탈핵한국을 위한 다음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해서는 신재생에너지 전환, 노후핵발전소 폐쇄, 올바른 탈핵교육 및 정보 제공, 핵마피아 적폐 청산, 핵폐기물 처리문제 공론화, 에너지 로드맵을 위한 국민대토론회, 방사능 오염 및 유출 대비책 마련 순으로 토론 결과가 나왔다.
3부 공통토론 주제는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기간(10월 20일까지) 동안 신고리5·6호기 백지화를 위해 내가 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 방안’에 관한 것이었다. 이 토론은 구글투표를 진행하지 않고 의견을 모아서 정리했다. 실천방안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한 탈핵선전전, 공론화위원회가 아닌 국민이 투표해야 한다는 탈핵촛불을 들자, 1인이 4가구를 방문해 신고리5·6호기 백지화 이유 설명하기 등의 의견을 포함해 200여 개(중복의견 포함)의 실천 방안이 나왔다.
신고리5·6호기백지화 울산시민운동본부는 1천인 토론에 앞서 7월 18일 출범해 여름휴가가 막 시작되는 7월 28일부터 9월 20일까지 총 130회에 이르는 탈핵교육과 릴레이토론을 진행했다. 7월 초의 릴레이토론 초기 쟁점은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공약을 사회공론화에 내맡긴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과 ‘사회공론화 그 자체의 의미’를 묻는 과정이었다. 이후 ‘신고리 5,6호기를 계속 지어야 한다’는 찬핵 진영의 대대적인 여론 공세 속에서 토론 쟁점은 신고리 5,6호기 찬반 논쟁 그 자체로 뜨거웠다. 그러나, 울산시민들은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신고리 5,6호기를 둘러싼 이분법적인 찬반 대립의 논쟁이 아니라 신고리5,6호기 건설을 중단하고, ‘불의 고리’ 위에 세워진 핵발전소를 하루라도 빨리 폐쇄하고 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한다.
신고리5,6백지화울산본부는 "신고리 5,6호기 사회공론화 과정이 지금처럼 정부는 '나 몰라라' 방관하고, 원자력업계는 ‘자기 이익’을 고수하며, 울산 시민들은 찬반으로 시민 공동체가 분열되기 시작한다면, 그 결과는 더 큰 ‘위기의 씨앗’을 품는 것으로 마무리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1000인 토론기획팀으로 활동한 최수미 집행위원(신고리5·6호기백지화 울산시민운동본부)은 “릴레이토론과 1000인 토론 과정에 쌓인 울산시민들의 의식 변화는 앞으로 탈핵의 밑걸음이 될 것”이라며, “이번 토론은 울산시민이 직접 나서서 에너지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진정한 공론 과정이었다"고 했다.
▲ 울산시민 1000인 토론에는 중학생과 고등학생도 40명이 참석하는 등, 어린이와 청년층까지 미래세대가 190명 참여했다. ©용석록
울산시민운동본부는 9월 26일(화)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1000인 토론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연다.
탈핵신문 2017년 10월호 (제57호)
용석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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