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가동 중인 핵발전소 25기중, 부산에 위치한 고리 1호기가 역사상 처음으로 영구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지난 6월 18일 저녁 출력은 제로 상태가 되었고, 전력계통에서 분리되었다. 1978년 처음 가동하기 시작한 국내 첫 상업핵발전소이자, 현재 가장 노후한 핵발전소는 이제 퇴역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시민들은 2년전 가동중지결정을 만들어냈던 기억들을 상기하며 환호했다.
▲지난 6월 18일 부산 서면에서 진행된 고리1호기 영구정지 콘서트에서, 하자센터 페스테자 공연 모습.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는 반핵운동의 의미있는 성과이자, 탈핵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아직도 부산에는 6기의 핵발전소가 가동중이고, 3기의 핵발전소가 건설중이다. 그리고 부산은 세계최고의 핵발전소 밀집지역이자 핵발전소에 인접한 인구밀집지역이라는 멍에를 쓰고 있다.
부산시민들이 현재 마주하고 있는 것은 신고리5·6호기이다. 지금까지 부산시민들은 신고리5·6호기 백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운동을 계속해왔다. 고리1호기 수명연장을 중단시킨 것도 오랜 투쟁의 결과였던 것처럼, 신고리5·6호기 백지화를 위한 운동도 처음부터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노후 핵발전소가 아니라 지어지고 있던 핵발전소를 중단시킨다는 것이었기, 핵발전 안전신화, 경제성장신화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힘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작년 7월 건설 승인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절망적이라고 믿는 시민은 없었다. 시청 앞에는 농성을 위한 천막이 쳐졌으며, 한수원에 대한 고발이 이어졌고, 신고리5·6호기에 대한 감사청구의 움직임이 만들어졌다. 초유의 대지진을 겪었을 때에도 부산시민들의 눈은 가장 먼저 고리를 향했고, 부산시민의 신고리5·6호기에 대한 반대 여론은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노후한 고리1호기를 폐쇄시켰던 시민들은 핵발전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신고리5·6호기를 반대하는 민심은 이미 지역 정치권에도 반영되었다. 핵발전에 대해 미온적이었던 서병수 부산시장(자유한국당)마저도 신고리5·6호기를 반대하고, 올해 초 부산을 클린에너지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뿐 아니라 부산시의회를 비롯한 해운대구, 연제구, 금정구 등 기초의회도 최근 신고리5·6호기 백지화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촛불로 만들어진 이번 정권도 탈핵의 바람이 반영된 결과다. 여러 대선후보들은 탈핵을 약속했고, 그 중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고리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행사에서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한 어려운 첫걸음을 내딛었다.
이런 의미있는 진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공사중단이라는 공약과 백지화라는 협약에서 후퇴해 신고리5·6호기 백지화의 문제를 ‘사회적 합의’의 영역으로 다시 옮겨놓았다. 그리고 정부는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결단을 보여주어야 할 시기에, 다시 시민들에게 공을 던진 것이다. 핵발전소를 이고 사는 부산시민들은 정부에 대한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신고리5·6호기 백지화라는 민심은 정해져있다. 다만 부산시민은 정부가 내놓은 공론화 안이 자칫 핵마피아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기회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중이다.
탈핵신문 2017년 7월호 (제54호)
노태민(탈핵부산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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