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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심상정 ‘2040년’, 문재인 ‘2060년’, 그리고…?!

누구나 이야기하는 탈핵과연 그 내용과 시점은?

 

2017년 대선, 모두가 탈핵을 공약?!

 

원자력발전소 짓는 일을 지양하겠다.” 415(), 울산시청에서 울산지역 공약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홍준표 대선 후보(자유한국당)가 한 말이다. 나아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큰 재앙이 발생했다. 우리도 안전 문제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가능하면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에너지 정책을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는 그간 핵발전소 관련 정책 질의서 등 다양한 질문에 즉답을 한 적이 없다. 이날 울산시청에서 발표한 울산지역 공약을 보면 원자력안전기술단지 설립 방재과학기술진흥재단 설립 등 각종 기관 유치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양하겠다는 표현을 통해, 핵발전소 건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큰 틀에서 핵발전이 줄어드는 정책탈핵정책에 동의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현재 대선에 출마한 원내 정당 모든 대선 후보가 큰 방향에서 탈핵정책에 동의하고 있다. 이미 유승민 후보(바른정당)나 안철수 후보(국민의당)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수차례 밝혔고, 문재인 후보(더불어민주당)와 심상정 후보(정의당)는 부산, 울진, 영덕, 삼척, 경주, 대전 등 핵발전소·핵연구 시설 주민들과 정책협약을 통해 신규 핵발전소 건설 백지화, 월성 1호기 폐쇄 등을 약속한 바 있다(관련 2면 기사 참고).

 

바야흐로 주요 정당 모든 후보들이 탈핵을 이야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그 내용과 시점이 핵심!

 

모든 후보가 핵발전소를 줄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럼, 어떻게 탈핵 후보들을 구분할 수 있을까. 결국 그 내용과 속도가 관건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먼 미래에 탈핵을 이루자고 공약하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기술은 계속 새로워지고 있고, ‘핵발전을 통한 전력생산은 언젠가는 사라질 기술이기 때문이다. 탈핵운동은 그 시점을 앞당겨, 사고나기 전에 안전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정책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대선 후보들의 탈핵시점은 매우 중요하다. 문재인 후보는 ‘2060년 탈핵’, 심상정 후보는 ‘2040년 탈핵이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나머지 후보들은 언제 탈핵인지자세한 계획을 밝히고 있지 않다. 사고에 예고가 없었고, 꼭 노후한 핵발전소만 사고를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에, 탈핵 시점은 지금 당장부터 수십 년 뒤까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탈핵은 안전성을 높이겠지만,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등 새로운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더구나 최근에 완공한 핵발전소를 조기 폐쇄하는 문제는 합리적 선택보다 매몰 비용을 걱정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 하는 문제도 얽혀있다. 새만금 간척사업이나 4대강 사업 등 사업 실패와 문제점이 충분히 드러났음에도, 이미 투자되어 회수할 없는 비용(매몰비용)을 우려해 사업을 중단하지 않은 사례는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제 탈핵은 단순히 선언의 시대를 넘어, 어떤 내용과 시점으로 이룰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옮겨가고 있다.

 

재검토·중단’, ‘백지화그 사이의 큰 벽

 

각 후보들이 내세우는 구체적인 탈핵 공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새누리당)는 선거 공약집에서 국민여론을 수렴, 향후 20년간 전원믹스(Mix)를 원점에서 재설정하며,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이 확보된다는 전제하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얼핏보면 기존의 핵발전소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러지 않았다.

 

매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20년 단위의 에너지기본계획을 세우도록 법으로 정해두었기 때문에 원점에서 재설정하겠다는 말은, 새로운 계획이 아니다. 또한 재검토라는 말은 찬·반 입장이 서로 부딪힐 때, 논쟁을 피하고 싶은 정치권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이기에 이 역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표현에 불과하다. 즉 박근혜 정부는 선거 공약대로 이행했지만, 탈핵 정책을 실질적으로 추진하진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일부 후보들이 건설(혹은 계획) ‘중단백지화를 구분해서 사용하면서, 과거에는 재검토백지화만 있었던 공약이 더 복잡해졌다. 중단이란 사전적 의미로 중도에 끊어짐을 뜻한다. 보통 ○○발전소 건설 중단하라고 하면, 그 계획을 없애고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를 백지화와 구분해서 사용하면, ‘일시 중단’, ‘잠정 중단처럼 임시로 중단한다는 뜻이 되어 버린다. 개략적인 표현만 보아서는 안되고, 꼼꼼히 그 의미와 맥락을 따져봐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5월 대선, 한국 탈핵운동의 분기점!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59일 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던 탈핵 정책 수립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핵산업계는 물론이고 토목, 건축, 전기 등 관련 업계와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의 엄청난 반발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이나 대만 등 이미 탈핵을 선언한 다른 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탈핵은 결코 한 두 사람 정치인의 결단으로 이뤄낼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그만큼 거대한 자본과 산업이 핵발전과 맞물려 있고, 이를 통째로 변화시켜가지 않는다면 탈핵은 영원히 선언에 불과할 것이다.

 

지금 대선 후보들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정치권의 의지뿐만 아니라 탈핵운동 진영의 채찍질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채찍질을 모아가면, 한국 탈핵운동은 새로운 분기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탈핵신문 2017년 4월호 (제51호)

이헌석 편집위원(에너지정의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