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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부산반핵영화제, 기장주민들과 새로운 연대의 장을 열다! -부산탈핵운동, 영화제 마치며 ‘기장해수담수반대범시민대책위’ 구성 결의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가운데도 아나바다 장터에는 발길이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천막과 천막 사이를 뛰어다녔고, 어른들 역시 우산도 없이 떡볶이를 먹으며 싸게 나온 옷가지들을 흥정하였습니다.”

천막에 내리치는 장대비 소리에, 마이크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마디도 놓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시선을 떼지 않고 발언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마치 표정에서도 말을 읽어낼 수 있을 정도의 집중력이었습니다. 자국소리, 부스럭거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습니다. 들리는 소리는 오직 장대비와 삼척 영덕 기장 주민투표를 만들어낸 주민들의 목소리뿐이었습니다. 마치 정지화면을 보듯 우리는 미동도 하지 않고 그들의 말에 집중하였습니다.”

 

 

지난 716, 6회 부산반핵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이번 영화제는 주민투표를 성사한 기장 주민들의 노력을 높이 사고, 이들과 잡은 연대의 손을 놓지 않겠다는 뜻에서 기장에서 진행되었다.

 

기장에는 8기의 핵발전소가 가동중이거나 완공직전에 있다. 기장주민들은 고리핵발전소 인근의 해수담수를 수돗물로 마시기를 부산시로부터 강요받고 있다. 주민들은 주민투표로써 이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부산시는 현재 세 번째 수질검증위원회를 추진하며 주민들을 끈질기게 압박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신고리5·6호기 건설이 승인되면서, 기장은 말 그대로 긴장이 최고조에 달해있다.

 

부산반핵영화제를 기장에서 개최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건이자 승리다. 기장에서 열린 반핵영화제로 한수원을 비롯한 관련 기관들은 필요 이상으로 과민대응을 했다. 개막일이 다가오자 상영관을 대관해 준 기장군청은 최대한 영화제를 조용히 끝낼 것을 요구하였고, 부대행사를 허락해 준 환경관리공단 기장사업소는 영화제 당일에 공간사용을 취소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억수같이 내리는 비와 기장이라는 물리적 거리 때문에 이전 영화제와 비교하여 관객수가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지만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오히려 기장주민들의 참여가 많아서 이전 영화제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감동과 성취를 맛볼 수 있었다.

 

이번 영화제는 반핵영화들을 상영하는 것 이외에도 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직접 제작한 기장주민투표 영상이 상영되었다. 또한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기장주민 연대의 밤과 기장대책위 활동 기금 마련을 위한 아나바다 장터’, 삼척과 영덕 주민에게 조언을 구하는 주민투표 지역주민 간담회가 부대행사로 기획되었다. 이는 기장주민들에게 다시 한 번 힘을 보태고 주민들과 탈핵운동진영간의 연대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영화제를 통해 기장주민들은 주민투표 이후 주민들이 경험하고 있는 어려움을 서로 나눌 수 있었다. 영화제 참가자들은 기장해수담수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범시민대책위 구성을 주민들에게 약속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기장주민들과 부산지역 시민사회는 탈핵운동의 새로운 연대의 장을 열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탈핵신문 2016년 8월호

정수희 통신원(에너지정의행동 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