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고리1호기 해체 시민토론회
지난 8월 26일, 탈핵부산시민연대와 인본사회연구소, 부산시의회가 공동으로 <고리 1호기 해체와 고준위 핵폐기물> 시민토론회를 열었다. 박종운 교수(동국대 전기에너지공학과)가 발제를 맡았고 김유창 교수(동의대 인간·시스템디자인공학)를 좌장으로, 배용준 시의원(부산시의회), 김현정 팀장(부산시원자력안전과), 이진섭 소장(기장인권사회문제연구소), 정수희 집행위원장(탈핵부산시민연대)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한수원에도 토론자로 참석할 것을 요청했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 8월 26일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고리1호기 해체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탈핵부산시민연대)
박종운 교수는 발제에서 핵발전소 해체는 더이상 사용하지 않을 핵발전소를 철거하여 원 상태로 되돌리는 행정적·기술적 과정임을 강조하며 현재 고리1호기 해체와 관련한 문제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첫째, 정부가 핵발전소 해체를 산업으로 강조하지만 해체 관련한 일은 발전소 부지의 여러 구조물을 철거하고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것으로 핵발전소의 수명이 다하면 당연히 해야 하는 정부의 관리업무이지 산업으로 볼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둘째, 해체를 산업으로 간주하고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지만 사실상 해체 관련 업무가 생산적인 업무가 아니라 ‘대형 방사성폐기물 처리 공공사업’이라고 할 만한 것이기에 선호할만한 일자리가 될 수 없다. 셋째, 근본적으로 해체의 의미는 가장 위험한 고준위핵폐기물을 처리하고 방사성물질이 없던 원래의 상태로 회귀하는 것인데 고준위핵폐기물 처리계획이 없는 최종해체계획서는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다. 넷째, 한수원은 해체방식을 경제성과 안정성, 사회적수용성 등을 이유로 ‘즉시해체’ 방식을 택했지만, 오히려 ‘지연해체’가 방사능물질이 어느정도 낮아진 상태에서 해체하기 때문에 위험도도 낮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지적과 더불어 고리1호기 해체에 대해 박종운교수가 제시한 것은 ▲해체를 서두르는 것보다 고준위핵폐기물을 완전하게 격리할 수 있는지를 전제로 한 해체계획의 필요 ▲호기별 개별해체가 아니라, 다수호기를 동시에 해체하는 방안을 고려한 지연해체 ▲산업으로 미화하고 대규모 시장으로 부풀릴 것이 아니라 대규모 방사성폐기물 관리 업무로서의 해체계획 등이다.
이어진 토론에서 배용준 시의원은 “정부와 사업자인 한수원이 해체계획과 관련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유하지 않음으로써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고, 그로 인해 해체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들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김현정 팀장은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정책 재검토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고 부산도 곧 임시저장시설과 관련한 지역 공론화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에 원전 소재지역인 기장군뿐만 아니라 부산시, 시의회, 국회의 대응논의그룹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기장군 주민이기도 한 이진섭 소장은 “오랜 시간 동안 핵발전소가 운영되어온 지역은 이익 관계가 강해 해체와 관련해서도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지역정치인들이 무관심하다”라고 비판했다. 정수희 집행위원장은 “한수원이 제시한 즉시해체 방식과 자체처분(폐기물을 소각, 매립 또는 재활용 등의 방법으로 처분하는 것)으로 인한 방사능 위험의 문제는 고려하지 않은 현재의 해체계획이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며 “앞으로 2025년까지 고리 4호기까지 모두 수명이 완료될 것이기에 다수호기를 함께 해체하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리 1호기 해체계획서 초안에 대한 주민의견수렴 기간은 8월 31일로 종료되었으며 의견수렴기간 두 달 동안 기장군과 울주군에서는 각각 19명(기장군청 4명, 나머지 5개 읍·면 총 15명)과 31명(울주군청 5명, 12개 읍·면 총 26명)의 주민만 해체 계획서를 열람한 것으로 확인됐다. 700쪽의 해체계획서 초안을 원본으로 공개하지 않고 지정된 장소에서 지정된 시간에 열람만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주민의견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한수원은 영업상 비밀과 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 점을 강조하며 끝내 원본공개를 하지 않았다. 한편, 탈핵부산시민연대는 해체계획서 내용에 대한 의견과 공청회개최 요구에 대한 의견을 부산시에 전달했다.
강언주 통신원(부산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
탈핵신문 2020년 9월(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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